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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열며] 4월이 간다

이경애 / 수필가
이경애 / 수필가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9/04/30 미주판 12면 기사입력 2019/04/29 16:01

자고 일어나니 뒤뜰의 체리나무가 흰 눈을 뒤집어 쓴 듯 온통 하얗다. 4월 초입에 개나리, 진달래, 목련꽃들이 변덕스러운 날씨 속에서도 어김없이 피고 지었다. 이제 거의 빈땅 없이 세상은 초록으로 가득하다.

땅이 생명의 태동으로 분주한 동안 나는 감기로 묶여 여러 날을 고생하다 일어났다. 지난 고난주간 동안엔 850여 년의 역사와 고색창연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인류의 보물인 파리의 노르트담 대성당(Notre Dame Cathedral)의 화재로 온 세계가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그 성당은 빅토르 위고의 소설 '파리의 노트르담(Notre-Dame de Paris)'의 배경이 되는 곳이다. 나는 참으로 오래전에 보았던, 우리나라에서는 '노틀담의 곱추'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던 그 영화의 감동이 짙게 남아있다.

이 소설은 '레미제라블'과 함께 빅토르 위고의 위대한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15세기 프랑스의 왕정 상류지배계층의 부패와, 성의를 걸친 카톨릭 종교지도자들의 추악한 위선을 그려 내었으며, 대중들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한 군중심리가 얼마나 큰 과오를 부르는지 잘 조명해 내고 있다.

대성당의 아기 버리는 침대에 버려진 기괴하게 생긴 어린아이를 클로드 프롤로 부주교가 거두어 키운다. 종지기가 된, 외눈에 꼽추에다가 이상하게 생긴 다리로 움직임이 흡사 동물처럼 보이는 콰지모도는 세상과 단절된 대성당의 종루에 살면서 클로드 부주교를 주인으로 받들며 자신에게 주어진 종치는 일에 언제나 신이 나는 사람이었다.

광장에서 춤을 추는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를 보고 반한 성당의 부주교 클로드는 자신의 말을 따를 수 밖에 없는 콰지모도에게 에스메랄다를 납치해오게 시킨다. 그러나 그곳을 지나던 헌병대 중대장, 페뷔스에게 붙잡혀 광장의 죄인 공시대에서 매를 맞고 심한 갈증으로 물을 달라고 외치지만 아무도 그에게 물을 주지 않는다. 그 때, 마음 착한 여인 에스메랄다는 다가가 물을 먹여준다.

에스메랄다는 페뷔스를 사랑하게 되고 그들을 질투한 부주교, 클로드는 페뷔스를 살해하고 그 죄를 같이 있던 에스메랄다에게 뒤집어 씌운다. 그녀는 사형선고를 받지만 콰지모도가 그녀를 들쳐업고 자신의 거쳐, 치외법권지역인 대성당 망루로 피신한다. 클로드는 에스메랄다와 같은 집시촌 사람들을 부추겨 대성당을 공격하게 하여 에스메랄다를 빼낸다. 그러나 에스메랄다는 끝까지 클로드 부주교의 구애를 거절하자 클로드는 에스메랄다를 교수대에 넘겨주고 탑 위에서 에스메랄다의 죽는 모습을 웃으며 내려다 본다. 콰지모도가 이 모습을 보고 클로드를 탑에서 밀어뜨린다.

십자가 위에서 "목마르다" 하시던 예수의 인간적인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던 '고난주간(Passion week)' 이었다. "다 이루었다" 하시며 인간으로 세상에 오셔야했던 이유를 완성하신 구원자의 마지막 그 말 때문에 우리는 다시 사는 부활에 참여할 수 있는 은혜를 입게되었다.

이제 완연한 봄으로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이 웃고 있다. 모든 생명이 춤을 추며 일어난다. 아프고, 목 마르고, 불타던 이 잔인한 4월이 가고 나면 줄을 타고 온몸을 던져 종을 치던 콰지모도의 종소리가 더 그리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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