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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홍콩 시위…누가 최후 승자일까

민주의 난장(亂場)이었다. 6·16 '검은 대행진'을 200만 홍콩 시민과 함께했다. 빅토리아 공원을 출발했다.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을 패러디한 '폭군의 무리(Gangs of Tyranny)'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시진핑 주석과 캐리람 행정장관 등 홍콩을 망쳤다는 7인의 사진이 걸렸다.

"우리는 폭도가 아니다." "행정장관 하야하라." "악법을 중국에 송환하라." 시위대 구호였다. 곳곳에 정당 부스가 보였다. 공민당·민주당·노동당·사회민주연선·열혈공민 등 홍콩 본토파와 민주파 정당이다. 오는 11월 구의회, 내년 입법회 선거에서 약진을 노렸다.

대만 청천백일만지홍기도 보였다. "행진 숫자 200만명 육박"이라 적힌 플래카드가 등장했다. 서너살쯤 보이는 앳된 딸을 목말 태운 아버지 옆을 걸었다. 고층 빌딩에 "6.12 폭력 진압 문책하라" "철회 없이는 해산도 없다. 타협도 없다"는 검은 만장이 걸렸다.

친중 신문 대공보는 전광판의 중국 홍보 영상을 내렸다. 시위대가 환호했다. 베란다에서 주민이 홍콩기를 흔들며 휴대폰 플래시를 켰다. 시위대가 환호하며 일제히 휴대폰을 들어 플래시를 켜 화답했다. 홍콩판 촛불시위다. 구급차가 다가왔다. 시위대가 홍해처럼 갈라졌다. 질서 정연했다.



종착지 애드미럴티 정부 청사에 도착했다. 검은 물결이 넘실댔다. 시민들은 사진을 찍으며 난장을 즐겼다. 인스타그램에 #反送中(범죄인 중국 인도법 반대), #NoChinaExtradition 해시태그가 붙은 사진이 끝없이 올라왔다.

전날 투신 현장을 찾았다. 국화 더미가 보였다. 꽃 사이로 촛불 하나가 켜있었다. 이번 시위의 주제가인 '싱 할렐루야 투 더 로드'가 들렸다. 홍콩이 고인을 애도하는 방식이다. 휴대폰에 속보가 올라왔다. 행정장관 사과 뉴스다. 현지 기자에게 전문을 받았다. "최대한 성의와 겸손한 태도로 비판을 받아들인다." 행정장관이 항복했다. 시민이 승리했다.

오후 11시 주최 측이 시위를 종료하며 참가자 규모를 발표했다. 200만 명. 일주일 전 103만 명의 두 배다.

홍콩의 정신은 전날 홍콩문화박물관에 마련된 김용관(金庸館)에서도 확인했다. 선생이 명보 사설을 모아 1984년 펴낸 '홍콩의 전도(前途)'가 있었다. 책 표지에 "자유+법치=안정+번영"이라 적혀있었다.

중국은 일국양제를 자랑한다. 중국의 사회주의, 홍콩의 자본주의가 병존한다고 한다. 2047년 일국양제는 끝난다. 누가 최후의 승자일까. 2019년 6월 홍콩에서 문뜩 든 의문이다.

<홍콩에서>


신경진 / 한국 중앙일보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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