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예술 톡] 에드워드 호퍼의 고독
스위스에서 5월 11일을 아이들의 재 등교 날짜로 공식 발표했다. 5주간의 자가 격리가 해제되는 것이다. 같은 날, 임시 휴관했던 미술관이 11일 다시 문을 열면서 중단됐던 미국 화가 에드워드 호퍼(1882~1967) 전시(바이엘러 미술관·그림)를 7월 말까지 개최한다는 뉴스레터를 받았다. 임시 휴관전 7주 동안 이미 10만 명의 방문객이 다녀간 호퍼의 전시는 늘 최다 관람객 기록을 세운다. 인간의 고립과 고독을 그린 화가 호퍼의 전시에 수십만의 군중이 몰리니 참 아이러니하다.하지만 코로나로 인한 격리와 사회적 거리 두기가 호퍼의 그림처럼 고독만 가져다준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의 거리를 좁혀주기도 했다. 밥 한 끼도 같이 못하면서 살아온 가족들이 함께 모여 밥을 먹고 요리를 하고 산책을 하게 되었다. 주말 저녁에는 오랫동안 못 만났던 가족들 혹은 친구들과 화상 채팅을 하며 밀린 소식을 나누기도 한다. 사람들은 자신과 가족, 그리고 타인의 생존을 보호하기 위한 격리 상황 속에서 희망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해왔다.
호퍼의 그림들이 옛날을 생각해보라고, 인간 본연의 존재를 들여다보라고 이야기하듯, 코로나 시대의 현대인들의 초상은 우리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들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사는 삶이 가능하지 않았냐고, 우리 같이 생각해보자고 말을 건넨다. 고립이나 외로움을 표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목격한 것을 그렸을 뿐이라고 했던 호퍼의 고요한 그림은 정작 인간의 실존을 두드리는 커다란 울림을 내포하고 있다.
최선희 / 초이앤라거 갤러리 대표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