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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골든스테이트와 '물찬제비' 향연

캘리포니아주 정부는 '황금 주(Golden State)'라는 수식어를 자랑스럽게 여긴다. 170여 년 전 가주 공화국(California Republic)이 태동한 시기와 맞물려 새크라멘토 인근에서 금덩이가 쏟아져 나왔으니 '태명'인 셈이다.

'황금 주'라는 수식에는 비옥한 땅과 아름다운 자연환경도 한몫한다. 가주 자체 경제규모는 세계 5~6위 안에 든다.

조슈아트리·요세미티·데스밸리·세코이아 국립공원, 레드우드·레이크타호·퍼시픽코스트하이웨이(PCH) 1번·하이웨이 395번·시에라네바다 산맥…. 지구 보석이 펼쳐진다. 복 받은 동네다. '캘리포니아 드리밍~.' 49개 주에 사는 사람이 평생 한 번쯤 꿈꾸는 '엘도라도'인 이유다.

LA메트로폴리탄은 황금 주의 금싸라기다. 세계 1~2% 기후대에 속한다는 지중해성 사막기후. "12~1월 오전에는 바다에서 서핑하고 오후에는 산에서 스키 탄다"는 우스갯소리가 현실인 곳이다.



2018년 8월 20일, 제리 브라운 당시 가주 지사는 서핑(surfing)을 황금주 공식 스포츠로 선언했다. 아름다운 가주 해안가와 출렁이는 파도는 서핑으로 귀결된다.

사실 서핑은 하와이가 원조다. 나무널빤지로 파도 타던 하와이 원주민은 섭섭하겠지만, 황금 주는 서핑마저 공식 스포츠로 명문화했다.

LA에 일자리 잡은 뒤 소소하지만 큰 행복은 해변 드라이브다. PCH 1번을 따라 말리부까지 운전할 때면 바닷가에 검은 점박이들이 둥둥 떠 있다. '저건 뭐지? 물개? 펭귄?'

가만히 보면 서프보드 위에 검은색 웻수트를 입은 서퍼다. 바닷물에 둥둥 떠 멍때린다. 때를 기다린다고 했던가. 적당한 파도가 밀려오면 파도-보드-서퍼가 물아일체가 된다. 모든 초보 서퍼의 꿈, 물찬제비들 향연이다.

남가주 진정한 로컬(local)은 서퍼란 생각이 들었다. 소수계 이민자는 감히 범접할 수 없다는 아우라를 느꼈다. 망설였다. 오기가 생겼다. 동지를 모았다. 어느새 서핑 연습은 5년이 흘렀다.

5년째 초보라 머쓱하지만 서핑으로 황금 주를 체득한다. 말리부·베니스비치·맨해튼비치·헌팅턴비치·도헤니비치·샌오노프레비치까지 커뮤니티 모습이 다채롭다.

남가주 엄마·아빠는 모래사장에 파라솔을 꽂고 아기와 망중한을 즐긴다. 2~3세부터 시작하는 서핑 조기교육 덕에 물찬제비들이 집채만 한 파도를 탄다. 연인, 친구, 가족끼리 해변에서 나누는 정을 보면 사람 사는 게 별반 다르지 않다.

LA카운티 비치항만 관리부서와 주립공원 관리국은 해변 관리를 참 열심히 한다. 라이프가드와 셰리프국 보안관, 해안경비대는 별별 장비를 활용해 주민 안전을 챙긴다. 한 라이프가드는 발뒤꿈치가 찢어진 서퍼를 응급지혈하며 "이 서비스 공짜야~"라는 농을 치고 같이 웃는다. 바다와 서핑이 낳은 남가주 풍경이다.

LA로 여행 온 한국인 관광객은 "묘하게 다시 오고 싶은 곳"이라며 입을 모은다. 자연이 주는 여유와 낭만이 인간 기저, 생의 동기를 꿈틀대게 한다는 사실을 좀 늦게 깨달았다. '나는 누구, 여긴 어디?'란 생각이 든다면 황금 주 로컬이 되는 지름길, 서핑을 권한다.


김형재 /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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