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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국방외국어대에서 느낀 한국어 위상

"안녕하세요? 어떻게 오셨나요?"

막힘없이 한국말을 구사하는 이 백인은 해병대 소속의 한국어 교관이다.

이 교관은 지난달 방문한 국방외국어대학(DLI) 한국어과 건물 로비에서 만났다.

한국어과 건물 1층은 한국 전통 가구와 장식품으로 채워져 있다. 자개장 안에는 청자와 백자 도자기가 전시돼 있고, 병풍, 부채, 장구 등 각종 한국 전통 악기도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한쪽의 마련된 소파의 탁자 위의 한국어 신문들과 잡지들이다. 로컬 신문부터 한국에서 발간된 여성 매거진도 보였다. 그리고 북한에서 발행하는 매거진도 있었다. 이곳에 다니는 학생들이 한국 뿐만 아니라 북한 관련 정보도 제대로 배울 수 있도록 가능한 다양한 매거진을 구독한다는 학교의 방침에 따른 것이다.



4층짜리 건물 한 동 전체가 한국어과였는데 복도를 지나가며 만난 학생들은 인종에 상관없이 한국어를 구사했다. DLI는 캠퍼스에 들어가려면 미군 신분증을 제출해야 하고 캠퍼스에서 만나는 학생들이 모두 군복을 입었다는 점만 일반 대학과 다를 뿐이었다. 한국어과 건물에서 만난 학생들은 대부분 타인종이었지만 이들의 공부열은 일반 학교 못지 않게 뜨거웠고 한국어에 대한 교육 수준도 높았다.

이 백인 교관은 이 학교를 다닌 학생 출신이다. 4년 전 미군에 입대하면서 이곳에서 한국어를 배우게 됐다. 그후 한국에 있는 미군 기지로 파병됐고 그곳에서 좋은 인연을 만나 결혼해 가정을 일궜다.

또 다른 한국어 교관은 어머니가 한국인이다. 어릴 때 엄마가 가르치는 한국어를 조금씩 했지만 커가면서 잊어버렸다. 그러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육군에 입대한 후 이 학교에 입학해 한국어를 정식으로 배우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어를 공부하면서 내가 고민하던 정체성이나 문화 갈등 등에 대해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에서의 복무 기간은 어머니가 늘 들려주던 한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에게 한국은 '제 2의 고향'이 됐다. 그는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좋은 기억을 많이 갖고 있다"며 "한국어를 다 커서 배웠지만 그 기회를 가질 수 있던 게 너무 감사하다. 기회가 된다면 또 한국에서 근무하고 싶다"고 전했다.

DLI의 한국어과는 중국어 다음으로 학생이 많다. 현재 350여명의 학생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이달에도 50여명의 학생들이 한국어를 졸업한다. 한국어를 배우는 미군들이 많아지고 있는 이유는 한국과 북한 관련 이슈가 많아지면서 한국어 구사자의 필요성이 높아졌기도 하지만 군인들 각자 한국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학교 관계자들은 밝혔다.

한국어과 이미나 학장은 "과거에는 한국어를 배우면서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가지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면 지금은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 때문에 한국어를 배우려는 학생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다.

이미나 한국어 학장은 "국방부에서 운영하는 대학이라는 점만 다를 뿐 교육 수준이나 예산 규모는 오히려 스탠퍼드 대학이나 UC버클리보다 뛰어나다"며 "교육할 때 사용하는 리소스도 굉장히 우수하고 다양하다. 그런 점에서 이곳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게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젠 한국어가 타인종에게도 배우고 싶어하는 외국어가 되어가고 있다. 내일(9일)은 한글날이다. 세종대왕과 한글날의 의미를 자녀들에게 설명하면서 이런 현상을 들려준다면 자녀들도 한인의 후손이라는 정체성을 자랑스러워할 것 같다.


장연화 / 사회부 부국장·교육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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