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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위험수위 넘어선 안보 불감증

군대 장례식 행사에서 고인에 대한 애도와 조의를 표하기 위해 쏘는 예포를 '조포(弔砲)'라고 한다. 주로 현충일 같은 장례 및 추모의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얼마 전 북한 김정은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모친상에 대한 조의문을 전달하고 그로부터 24시간이 채 지나기 전에 방사포 2발을 발사했다. 예의도 체면도 없는 도발 행위다.

올해 들어 12번째인 북한의 발사체 도발은 북한판 에이태킴스급 미사일이나 신형 초대형 방사포 등의 실사거리 시험 발사로 추정됐다. 물론 이 미사일은 대한민국 전역을 겨냥한 타격용이다. 아무리 북한이 안하무인이고 예측불가 집단이라지만 한 손으로는 조의문을 보내고 다른 손으로는 미사일을 발사한다는 건 양심도 부끄럼도 없는 행동이다. 그런데 한국정부는 언제부터인지 '남북 쇼' 하나만 바라보고 김정은에게 올인하다시피 매달리고 있다.

최근들어 김정은은 공공연하게 '남한과 상종 않겠다'고 말하고 있다. 금강산 관광 등 우리 기업 시설을 "너절하다"며 철거하라고 했고 만나서 협의하자는 대화마저 모두 거절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개별 관광 허용이나 이산가족 방문 등 한가한 얘기를 꺼내며 북에 대한 일방적 짝사랑 또는 평화의 환상을 버리지 못하고 철부지 동생 달래 듯 참아오고 있다.

이번 북한의 군사 도발은 미국의 관심을 끌고 '새로운 셈법'을 유도하기 위해 그 수위를 높이겠다는 속셈이다. 미국 정부는 "상황을 계속 주시하고 있다"고 했고 아베 일본 총리는 "미국.한국을 비롯해 관계국과 긴밀히 연대하겠다"했다. 한국 군은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천편일률적인 똑같은 멘트를 반복하고 있다.



대통령이 상중인데 아무리 적대관계일지라도 북한이 초대형 방사포를 발사한 것은 결코 용서받지 못할 일이다. 그럼에도 '장례 절차를 마쳤으니까 예의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다'라는 현 정권 관계자들의 북한 감싸기와 대변까지 하는 모습에는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국방부 장관은 국회에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것이 우리에 대한 적대행위가 아니냐'고 묻자 "우리가 (미사일을) 시험 개발하는 것은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가"라고 되묻는다. 적어도 정부가 안보에 책임감을 갖고 있다면 사드 아니라 그 이상의 조치를 해서라도 미사일 방어망을 강화해야 함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한국 정부는 중국이 사드 배치에 반발하며 보복 조치를 하자 2017년 10월 31일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 참여 사드 추가 배치 한.미.일 군사동맹'을 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3불' 입장을 표명했다. 그후 양국은 대신 모든 분야의 교류 협력을 정상적인 발전 궤도로 조속히 회복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중국은 한국 정권 앞에 고자세 갑질로 한국을 길들이려는 행태를 노골화하고 있다. 중국 군용기는 자기 집 안방 드나들 듯 우리 앞마당 동해를 헤집고 다니고 있다. 그게 중국이 한국에 보이는 대국 근성의 진심이다.

북한 도발에 익숙해지면서 커지는 위협을 감지하지 못하는 불감증이 재앙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핵무기 앞에 비핵무기는 항복 아니면 죽음뿐이다.


이재학 / 6·25참전유공자회 수석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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