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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15(Tue)

에세이 "단어당 10~19센트"

김아영·장열 기자 kim.ahyoung@koreadailyny.com
김아영·장열 기자 kim.ahyoung@koreadailyny.com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9/04/19 미주판 1면 기사입력 2019/04/18 19:15

대학 부정행위, 한인사회는 ①에세이 대리 작성 실태
온라인 거래·전문업체 성행
수준 따라 맞춤형 서비스도
대필 전문산업으로 성장해

최근 대형 입시비리 사건에서 대리시험의 달인으로 지목된 하버드 졸업생 마크 리델이 지난 12일 매사추세츠주 법정을 나서고 있다. 리델은 이날 유죄를 인정했다. [AP]

최근 대형 입시비리 사건에서 대리시험의 달인으로 지목된 하버드 졸업생 마크 리델이 지난 12일 매사추세츠주 법정을 나서고 있다. 리델은 이날 유죄를 인정했다. [AP]

"에세이 1장에 얼마인가요?" "페이지당 45달러 입니다. 만약 페이퍼에 참고 문헌이나 인용구까지 필요하면 15달러 추가됩니다."

본지가 한인 에세이 대리 작성 업체인 A사로부터 받은 답변 내용이다.

미국판 'SKY 캐슬'로 불리는 대형 입시 비리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대학가 부정행위는 오래 전부터 심각했다는 지적이다. 대학 입시뿐 아니라 학업에서도 부정행위가 성행하고 있다는 것.

공영라디오 NPR도 최근 에세이 대필 사업이 성행한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파키스탄.케냐 등 제3국가에서 운영되는 에세이 공장(essay mills)에서 과제용 에세이를 찍어내고 있다는 것. 한때 학생들이 아르바이트 삼아 돈벌이를 하던 것에서 이제는 대필이 아예 전문산업으로 자리잡게 됐다는 것이다.

한 여학생은 NPR과의 인터뷰에서 트위터에 "누가 에세이 마치는 것 좀 도와줘"라고 게재하자 여러 전문업체들이 그에게 접근했고 결국 페이지 당 10달러를 요구하는 한 업체를 선정해 과제를 맡겼다고 밝혔다. NPR은 소프트웨어의 발달로 학생들 사이에서 에세이 작성 때 표절을 하면 적발된다는 경각심이 늘어나자, 아예 돈을 주고 표절 걱정이 없는 에세이를 사는 것이 더 낫다는 인식이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이 보도에서 보스턴대학교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학생들 사이에서 에세이 매매가 사회적으로 용인되는(socially acceptable)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온라인 포털 등에도 '에세이 써 줄 사람'을 찾거나 '과제 대행'을 문의하는 게시 글이 심심찮게 게재되며 한인 에세이 대리 작성 업체도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뉴욕주립대(SUNY) 한인 졸업생은 "온라인 포털이나 구직사이트 등을 통해 에세이 대필 의뢰인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밝혔다. "대필 비용은 의뢰인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석사 과정의 경우 페이지 당 200달러까지 받아본 적도 있다"고 말했다.

대학 영어 리포트 대행 및 영어 관련 과제 작성 등을 광고하는 B 업체는 "석사 학위 이상 소지자가 (과제를) 전문적으로 써주고 외부 누설은 없다"며 "일단 교수가 준 에세이 주제나 지침 같은 것을 보내주면 견적을 뽑아준다"고 밝혔다. 이 업체는 "과제 작성에는 4~5일이 소요되며 한국어로 쓴 것을 단순 번역하는 것은 더 저렴하다"며 "나중에 점수를 받았는데 'C'가 나오면 계약금의 20%는 환불해 준다"고 설명했다.

학생 개인의 역량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 고등학교.대학교.대학원 등 신청자의 교육 기관 수준에 따라 에세이 또는 논문 작성이 진행되는 것이다.

학점 'C' 받으면 20% 환불해줘
대학 측은 "적발 땐 퇴학 조치"


C업체는 "요즘 교수들은 학생들의 에세이 내용이나 수준만 봐도 표절인지, 대리 작성을 했는지 기가 막히게 알기 때문에 정말 조심해야 한다"며 "(신청자와) 10년 넘는 경력자가 충분히 면담을 한 뒤 학업별 난이도나 평소 성적, 전공별 특성까지 고려해 작성한다"고 말했다.

에세이 대리 작성 기관을 통한 서비스를 받는 절차는 매우 간단했다. 과정을 요약해보면 ▶문의 ▶견적 조율 및 작업 마무리 시기 결정 ▶계약에 동의할 경우 입금 ▶에세이 수령 등 수일 내로 모든 절차가 마무리 된다.

D 업체는 "단어당 10~19센트로 저렴하고 (1일 이내) 급행 처리도 가능하다"며 "e메일로 파일을 보내주면 30분 내로 구체적인 견적과 납기 가능 날짜를 알려줄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에세이를 대필하는 것은 불법인가'라는 질문에는 "글의 저작권은 100% 고객 소유"라며 "따라서 저작권을 사고 파는 것은 불법이 아니며 구입한 글의 모든 권한은 구입자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서비스는 일부 학생들에게는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다. 한인 대학생 김모씨는 지인을 통해 2번 에세이 대리 작성을 부탁한 적이 있다. 김씨는 "수업을 4~5개씩 듣다 보니 워낙 과제가 많고 시험 때와 겹치면 너무 바빠지기 때문에 돈을 주고 부탁했다"며 "흔히 영어가 힘든 유학생이 에세이 대리 작성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영어와 관계없이 한인 2세나 미국 학생도 과제 부담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많이 이용한다"고 말했다.

물론 대학 측에서는 이런 이슈를 '부정 행위'로 간주하고 적발 시 퇴학 등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 변호사들은 "만약 대리 작성 문제가 법적으로 불거진다면 돈을 받고 에세이를 써준 제3자 역시 법적으로 다툴 여지가 생길 수 있다"며 "이번 대입 비리 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이 돈이 오가는 등 공모 혐의 등이 문제로 불거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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