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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적선과 행운

적선(積善)은 우리가 오해하는 대표적인 어휘입니다. 선을 쌓는 아름다운 행위이지만 단순히 동정하여 돈 몇 푼을 구걸하는 이에게 건네는 모습으로 기억합니다. 하긴 요즘 아이들은 적선이라는 말조차 잘 모를 수 있겠습니다. 적선은 삶의 매 순간에 이루어지는 일입니다. 오늘 하루 내가 행한 선의 크기를 생각해 봅니다.

운(運)도 우리가 오해하는 어휘 중 하나입니다. 운이라고 하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운에는 좋은 운도 있습니다. 다행인 운이지요. 이러한 운을 우리는 행운(幸運)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운은 나쁜 운도 있습니다. 불운(不運)이 나쁜 운에 속합니다.

어느 날 외국 드라마를 보다가 운은 쌓는 것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좋은 운을 막 쓰지 말고 잘 쌓아놓으면 자신이 원하는 일에 운이 힘을 발휘한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리고 좋은 운이 모이기 위해서는 착한 일을 해서 선을 쌓는 것도 중요하다는 말이었습니다. 문득 저는 적선과 행운이 통하는 말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내 앞에 좋은 일이 나타났을 때, 양보하는 게 운을 쌓아두는 겁니다. 이렇게 운 좋은 일을 나누다 보면 정말 중요한 순간에 내게 행운이 온다는 의미입니다. 행운은 갑자기 오는 게 아니네요. 운을 모으고, 선을 쌓아야 일어나는 일입니다.

단어의 의미를 확인하다 보니적악(積惡)이라는 단어도 찾게 되었습니다. 못된 짓을 많이 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것만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선보다는 악을 쌓고 삽니다. 가여운 이를 보고 도우면 선이 되겠지만, 그냥 지나쳤다면 고스란히 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나의 외면이 그대로 내게 불운으로 돌아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적악이 불운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하니 두려운 마음이 듭니다.



선을 쌓기 위해서 우리는 기도하기도 합니다. 올바로 살고자 하는 기도, 다른 이를 위한 기도는 그대로 선입니다. 기도하면서 시주를 하기도 하고, 헌금이나 헌물을 하기도 합니다. 생각해 보면 예전에 어머니나 할머니는 깨끗한 물 한 잔, 정화수 한 잔에 정성을 기울였습니다. 그 액수나 크기에 상관없이 선한 일에 쓰이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더해질 겁니다. 기도의 주요 주제는 당연히 가족의 건강과 안전입니다. 자식을 생각하고, 부모를 생각하는데 간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어릴 때 할머니나 엄마와의 추억이 많이 나옵니다. 그런데 그 이야기 중에 빠지지 않는 이야기가 할머니나 엄마가 남들을 많이 도와주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동네에 불쌍한 사람이 있으면 지나치지 못했다는 이야기, 거지를 도와준 이야기, 가진 것이 없어도 가난한 이와 꼭 나누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절에 가든, 교회에 가든, 성당에 가든 꼭 조금씩이라도 헌금을 하였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종교를 넘어서는 간절함입니다. 모두 선을 쌓는 이야기이고, 그대로 우리를 위한 기도입니다.

우리가 이만큼이라도 사는 것은 할머니나 어머니가 쌓아놓으신 선 덕분일 겁니다. 실제로 그렇습니다. 내가 쌓는 선이 내게만 행운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내 간절함이 가족에게, 친구에게 행운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특별히 내 자식에게 행운으로 이어집니다.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오늘도 선을 쌓아야겠습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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