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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지킴이(2편) ‘쟁이’ 홍철화 대표

부모와 함께 2살 때 캐나다에 온 홍철화 씨가 사물놀이를 처음 접한 것은 고등학교 때다. 그가 16, 17세가 되었을 즈음 한국의 사촌누나가 노래 카세트테이프 여러 개를 보내왔다. 테이프들 속에 용케 딸려온 한국 전통가락은 매우 색달랐고, 그는 그때부터 사물놀이에 관심을 갖게 됐다.

토론토대학에 입학한 그는 한인사회를 수소문해 마침 사물놀이를 배우고 있던 불광사 팀에 합류했다. 영문학을 공부하면서 연극에도 관심이 많았던 청년 홍철화는 한국에서 사물놀이를 한 장르로 정착시킨 대가 김덕수 씨가 1991년 토론토에서 초청공연을 갖자 한달음에 달려가 가르침을 청했다. ‘OK’ 대답을 받은 그는 1992년 대학을 졸업하고 곧바로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스승 김덕수의 가르침을 받으면서 점차 한국문화의 매력에 눈을 뜨게 된 그는 1년을 예정하고 간 한국생활을 계속 연기하면서 4년6개월을 머물렀다. 처음 2년6개월은 사물놀이에만 전념했고, 나머지 2년은 사무실에서 해외담당 업무를 병행하며 스승의 해외공연에 동행하거나 통역, 강의 등으로 많은 것을 배웠다.

전국의 유적지들을 돌아보고, 안면을 익힌 유명 인간문화재들의 공연을 무대 뒤편에서 지켜보는 행운도 얻었다. 스승의 주변에는 미국이나 일본에서 온 2, 3세들과 외국음악인들이 많아 한국어와 영어에 능통한 그는 항상 가까이에서 스승을 보좌했다.



1996년 토론토로 돌아온 그는 현대무용가이자 작곡가인 피터 친(Peter Chin), 기요시 나가타 등과 활발히 교류하다 1998년 사물놀이패 ‘쟁이’를 결성했다.


(홍철화의 음악세계)

“김덕수 음악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모방을 뛰어넘어 독립적인 음악인, 예술인으로 나만의 ‘맛’을 표현하고 싶다”

그는 욕심이 많다. 단순히 장고, 북, 징, 꽹과리의 4개 악기로 연주되는 사물놀이로 무대를 한정하는 것을 거부한다. 상모돌리기와 무용, 가야금, 기타 한국의 다양한 악기가 어울리는 종합예술을 지향하며 동시에 진화하는 전통음악을 추구한다.

이후 한인사회와 주류사회의 크고 작은 페스티벌에서 다이나믹한 공연을 선보이던 ‘쟁이’는 2002년 첫 정기공연 이후 2006년까지 가을에는 예술에 무게를 둔 전통 사물놀이 공연으로, 봄에는 축제 성격의 발표회를 진행했다.


(2005년 데뷔음반 발매)

주류사회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쟁이’는 토론토대학, 썬페스트(Sunfest), 토론토 프린지 댄스 페스티벌, 캔아시안 댄스 페스티벌, 브램턴 포크 페스티벌, 토론토 아트 엑스포, 알고마 가을 페스티벌, 밀크 인터내셔널 어린이 축제, 하버프론트 페스티벌에서 정기적으로 공연을 갖고 있다.

2005년 가을에는 홍철화 씨가 작곡한 6곡과 그동안 가야금 연주로 쟁이와 호흡을 맞춰온 김주형 씨의 작품 2곡이 수록된 첫 CD음반 ‘오케이젼(Occasion)’을 발매했다.

2집 앨범 계획을 묻자 홍 대표는 “좋은 곡들이 모아지면 생각해보겠다. 의무적으로 2집, 3집을 내고 싶지는 않다”며 손사래를 쳤다.

2007년부터 올해까지 3년째 정기공연을 쉬고 있는 이유에 대해 그는 “공부 때문에 바빴다. 2007년 토론토대학에서 소수민족음악(ethnomusicology) 석사과정을 시작해 올해 졸업했다. 지금은 박사과정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에 진출한 사물놀이)

그는 사물놀이를 대학 과목으로 도입한 주인공이다. 사물놀이는 2004년 요크대학에 이어 2006년 토론토대학에 정식 과목으로 개설됐다.

대학에 사물놀이가 들어간 계기는 우연이었다. 홍철화 씨의 가르침을 받은 요크대학 소수민족음악 대학원생이 과목 개설의 아이디어를 냈고, 대학 측이 흔쾌히 허락했다.

올해로 5년째인 요크대학은 현재 1주 1시간30분씩 2개 강의를 진행하고, 3년차인 토론토대학은 1주 2시간씩 한 강의를 맡고 있다. 사물놀이가 선택과목인 요크대학은 20여명이 기초반과 중급반으로 나뉘어 수강하고, 음악전공자들만 신청할 수 있는 토론토대학은 5-6명이 이수한다.

서양인에게 한국의 뿌리음악을 전수하는 보람에 대해 그는 “외국사람들이 우리 음악을 참 좋아한다. 동양의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음악과는 완연히 다른 새롭고 특이하고 복합적(complex)이라는 반응이다. 기쁨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은 내 음악의 뿌리)

그는 1996년 귀국 후 거의 2년마다 한국을 찾았다. 한국문화에 대한 갈증과 새로운 음악에 대한 갈망이 마술처럼 그를 끌었다. 토론토로 돌아온 이후 한국을 찾을 때마다 가봤던 유적지를 다시 방문하고, 벼룩시장을 돌아다니며 다듬이돌이나 바라, 워낭 등 전통적인 소리를 담고 있는 악기나 도구들도 샀다.

2003년 스승 김덕수가 토론토 허밍버드센터에서 공연했을 때도 그는 한국을 방문 중이었다.

그는 “그때 김덕수 사물놀이패 공연을 본 ‘쟁이’ 멤버들이 한국을 동경한다. 2003년을 마지막으로 아직 한국에 나가지 못하고 있지만, 언젠가 기회가 되면 제자들에게 내가 보고 느낀 한국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쟁이’의 얼굴들)

‘쟁이’의 핵심멤버로는 홍 대표와 불광사에서부터 20년간 호흡해온 이시영 씨와 홍 대표에게 14년간 가르침을 받은 주시영 씨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이들 외에 현재 십대 후반에서 이십대 초반의 한동우, 김남현, 박성현, 케빈 노, 박민성, 한성호 등 ‘쟁이’ 단원 6명은 홍 대표와 7-8년을 동고동락한 제자들이다. 초등 5-6학년 때 연습을 시작한 제자 6명은 이제 어엿한 대학생으로 성장했다. 각각 전공은 다르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은 여전히 뜨겁다.

토론토한인회관 안의 ‘쟁이’ 스튜디오에 정식 사물함을 갖추고 있는 핵심멤버들은 사물놀이의 4개 악기는 물론 상모돌리기와 12발(상모보다 훨씬 더 길다), 붓포를 능숙하게 다룬다.

‘쟁이’ 전체 단원은 1주 1회씩 연습을 갖고, 핵심멤버는 한 번 더 연습하고 있다.

2005년 첫 음반 기념공연에서 창작무 ‘오케이젼’을 선보인 권수정 씨도 종종 ‘쟁이’와 한 무대를 꾸미고 있다. 4세에 한국무용에 입문한 권씨는 고등학교 때 이민와 김미영무용단 대표 김미영 씨에게 전통무용을 사사받았다.

2008년 캔아시안 댄스 페스티벌에서는 권씨의 작품 ‘춘앵무(Choonengmu)’의 배경음악을 연주한 홍철화, 김주형(가야금), 서소선(해금) 씨가 토론토공연예술연맹(TAPA)에서 수여하는 도라-어워드(Dora Award) 중 Outstanding Sound Design/Composition for Dance 부문상을 수상했다.

그렇다면 ‘쟁이’에는 어떻게 입단할까. 단원 자격에 대해 관심과 열정만 있으면 누구나 환영한다는 말 대신 “쟁이에 들어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전문적인 공연을 추구하기 때문에 엄격한 기준으로 선발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전통음악의 진화를 추구하며 끊임없이 실력을 연마, 단원들을 전문 예능인으로 조련하는 그의 엄격함을 느낄 수 있었다.


(민간 문화사절단 ‘쟁이’에 많은 격려를)

최근 노스욕 한가위축제에서도 ‘쟁이’는 신명나는 장단과 상모돌리기로 잔치의 흥을 돋웠다. 사물놀이를 이끄는 것은 ‘꽹과리’지만 홍 대표는 개인적으로 장고를 가장 좋아한다. 한가위 공연에서도 그는 장고를 열정적으로 연주했다.

그는 “음악에서 꼭 머리일 필요는 없다. 서양음악에서 피아노가 모든 악기의 기본이듯 국악에서는 장고가 그렇다. 장고는 너무나 많은 매력을 갖고 있다”고 예찬했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3년 이상 정기공연을 쉬고 있지만, ‘쟁이’는 한인사회와 주류사회의 크고 작은 행사에서 ‘민간문화사절단’의 역할을 충실히 감당하고 있다.

한국말이 서툴고 한국문화에 문외한이었던 2세였으나, 이제는 그 누구보다도 한국음악에 정통한 전문 예술인의 길을 걷고 있는 홍 대표와 공연전문 사물놀이팀 ‘쟁이’에게 한인사회의 많은 격려와 박수가 쏟아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오미자 기자 michelle@joongangcana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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