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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낙상 환자, 또 넘어지지 않게 다각적 치료해야 한다

노인 위한 '슬로 메디신'

'슬로 메디신(Slow Medicine)을 아십니까.'

슬로 시티, 슬로 푸드처럼 슬로 메디신이 조명을 받고 있다. 그동안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는 의료의 정석이었다.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어서다. 새 검사법과 치료법 역시 슬로 메디신의 반대 개념인 패스트 메디신(Fast Medicine)으로 발전해 왔다. 그런데 최근 이 같은 기조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노인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 배경이다. 슬로 메디신은 노인 환자 특성을 고려해 무리한 치료는 피하고, 환자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패스트 메디신이 가져오는 오류를 최소한으로 줄여 삶의 질을 높이는 개념이다. 그러나 30분 대기, 3분 진료에 맞춰진 수가체계가 슬로 메디신 확산을 막고 있어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류장훈 기자

#최근 낙상으로 척추 압박골절이 생긴 70대 이모 씨가 병원에 실려왔다. 이씨는 관절질환을 전문으로 다루는 정형외과로 보내졌다. 영상검사 후 이씨는 척추 압박골절 치료에 해당하는 골시멘트 보강술을 받았다. 주저앉은 척추뼈에 골시멘트를 주입해 척추를 단단하게 고정하는 수술이다. 수술은 잘 됐고, 이씨는 다음 날 퇴원했다. 그렇다면 이씨가 받은 치료는 충분했을까. 질환이 온전히 치료된 만큼 문제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사실 이 환자는 퇴원한 지 며칠 만에 사망했다. 일상생활 중 다시 넘어지면서 머리를 심하게 부딪친 탓이다. 급성 뇌출혈로 응급실에 실려온 이씨는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결국 중환자실에서 생을 마감했다. 이씨에 대한 접근방법이 조금 달랐으면 어떠했을까. 수술에서 끝나지 않고 '이 환자가 왜 넘어졌을까' '다시 넘어지진 않을까'에 관심을 기울였다면 말이다. 이씨가 평소 어지럼증을 호소했고, 아플 때마다 소염진통제를 복용해 왔다는 것은 나중에 확인된 사실이다. 소염진통제 중에는 혈액 응고를 막는 성분이 포함돼 있어 피가 잘 멈추지 않는다. 뇌출혈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노인 환자는 수술 후에도 재발 방지를 위해 다각적으로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고령화 시대에 의료 개념 바꿔야

슬로 메디신은 '슬로 푸드' '슬로 시티'와 비슷한 맥락이다. 빨리 만들고 급하게 먹는 식문화(패스트푸드), 그리고 바쁘게 돌아가는 생활에서 벗어나 느림을 추구하는 취지의 운동이다. 건강한 삶의 가치가 담겨 있다.

슬로 메디신의 진원지도 슬로 푸드나 슬로 시티와 마찬가지로 이탈리아다. 2002년 이탈리아의 심장내과 의사인 알베르토 돌라라(Alberto Dolara)가 이탈리아 심장학회지에 '슬로 메디신으로의 초대(invitation to slow medicine)'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한 것이 시초다. 그는 기고문에서 빠른 검사와 진단, 치료로 이어지는 현대 의료를 패스트 푸드에 비유했다. 그가 주목한 것은 노인 환자의 경우 심장혈관조영술, 심장스텐트 같은 적극적인 검사나 치료가 사망률을 높일 수 있다는 부분이었다. 빠른 의료가 반드시 옳은 것만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의 글은 누구보다 빠른 의료를 추구하는 심장내과 전문의의 주장이라는 점에서 큰 반향을 불렀다.

슬로 메디신은 노인을 성인과 다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개념에서 출발한다. 노인의 신체조건을 고려해 진료해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노인은 의학적으로 일반 성인과 아주 다르다. 30세 이후부터 각 기관의 기능은 매년 1%씩 저하한다. 근육량은 입원 환자의 경우 하루에 1%씩 줄어든다. 근육량은 면역력과 직결된다. 병에 걸리면 일반 성인보다 더 큰 손상을 입고, 회복되더라도 이전 수준의 신체기능을 유지하기 어렵다.

여기에다 간의 크기는 물론 혈류량이 감소하면서 간 대사 능력이 떨어진다. 신장 사구체 여과율도 감소한다. 실제 신장의 손상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인 혈중 크레아티닌 농도는 젊은층에 비해 크게 낮다.


류장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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