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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원 칼럼] "고양이에 생선 맡긴 꼴"

주민은 봉인가. 고양이에 생선 맡긴 꼴이다. 화수분도 이런 화수분이 없다. 일 하는 척 하면서 적당히 내 주머니만 챙기면 된다.

일리노이 주 의회가 지난 2일 끝난 봄 회기에서 세금 인상 관련 법안을 무더기로 통과시켰다. 주 정부 예산안 400억달러, 사회간접자본 예산 450억달러 등 총 850억 달러를 J. B. 프리츠커 신임 주지사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2년여 전 전임 브루스 라우너 주지사 시절, 700여 일에 걸친 사상 초유의 예산 교착 상태 끝에 겨우 통과시킨 예산안 규모가 360억 달러였음을 기억하면 이번 숫자에 대한 감이 온다.

단순히 증세와 지출 축소를 지향했던 공화당 라우너와 민주당 프리츠커의 차이로만 보기 힘들다. 프리츠커가 주지사 선거 캠페인에 미국 선거 사상 최대인 1억7천여만 달러를 쏟아 부은 이유도 짐작 가능하다.



개솔린에 붙는 주 정부 세금은 100%(19센트→38센트) 오르고, 자동차 등록세는 49.5%(101달러→151달러) 인상된다. 전기자동차의 경우 등록세가 무려 1317%(17.5달러→248달러) 폭등한다. 3% 이상의 은행 CD 이자를 찾기 힘들고 지난 해 미국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2.4%였는데, 주 정부 세금이 50%, 100%를 넘어 1000% 이상 오른다는 것은 상상의 범주를 넘어선다. 주차비 인상 폭이 하루 6%, 월 9%라는 게 외려 고맙게 느껴질 정도다.

이런 살림살이라면 그 누구도 못할 게 없다. 선심 쓰듯 펑펑 예산안 짜고 부족하면 세금을 팍팍 올리면 된다. 예산 충당을 구실로 '검은 돈' '흰 돈' 구분도 하지 않는다. 우리는 지난 선거에서 대체 무엇을 위해, 누구에게 표를 던진 것일까.

봄 회기 종료일, 스프링필드 주의사당에선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앞으로 850억 달러를 집행하게 될 프리츠커는 만족스런 표정이었다. 하지만 프리츠커 못지 않게 기뻤던 이들은 법안을 통과시킨 의원들이었을 것이다. 천문학적인 예산안에 자신들의 연봉 인상분, 1인당 1600달러를 끼워 넣는데 성공했다.

미 전역에서 적자와 부채가 가장 심한 주의 정치인들이면서도 보수는 전국 상위 5위권인 이들은 어쩌면 "인상폭은 2.4% 밖에 안 된다"고 우길 지 모른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1인당 세비 6만9천여 달러 외에 일당, 마일리지 환급, 기타 수입을 보태면 이들의 연봉은 18만여 달러에 이른다. 여기에다 상당수의 정치인들은 약 12만 달러의 분담금을 내고 150만 달러 이상의 연금을 받는다고 하니 이런 손 쉽고 안전한 투자도 없다.

와중에 '만년 의장' 마이클 매디건이 주도하는 주 하원은 쿡 카운티 신임 조세사정관 프릿츠 케이기의 상업용 부동산세 개혁안을 부결시켰다. 과세표준이 높아 세금 조정을 위해 전문 변호사를 찾을 수밖에 없는 관행을 바로 잡는다는 계획이었으나 조세 전문 변호사로 수 백만 달러의 이익을 차곡차곡 챙기던 매디건이 그냥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앞으로 개솔린 주유기 앞에 설 때면 '19센트'와 '38센트'의 차이를, 앞차 번호판에 붙은 자동차 등록 스티커를 볼 때면 '101달러'와 '151달러'의 차이를 상기해보아야 한다. 이를 망각한다면 "대중은 개•돼지"라던 어느 영화 속 권력자의 대사를 인정해버리는 꼴이 된다. (발행인)


노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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