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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호의 시사분석] 블라고예비치 전 주지사와 사면

라드 블라고예비치 전 일리노이 주지사. 그는 현재 콜로라도주 덴버 인근의 연방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주지사 재임 시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공석이 된 연방 상원 자리를 놓고 거래하려고 한 혐의와 시카고어린이병원을 겁박해 선거 자금으로 받으려고 한 혐의 등으로 유죄가 확정, 징역 14년형을 선고 받고서다. 현재 형량의 절반 정도인 7년을 복역한 블라고예비치 전 주지사가 최근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대통령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오프더레코드를 전제로 대화하다가 블라고예비치 전 주지사에 대한 사면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발언은 온더레코드로 해도 좋다는 언급을 했기 때문이다.

블라고예비치 전 주지사는 세르바이와 보스니아계 이민자 2세로 주지사까지 오른 인물이다. 검사와 연방하원을 거쳤고 장인이었던 리차드 멜 전 시카고 시의원의 후광에 힘입어 승승장구했던 정치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너무 빨리 권력의 최상층에 올라서였을까. 곧 연방수사국(FBI)의 도청으로 그의 정치 인생은 끝장나고 만다.

당시 일련의 수사를 지켜보던 정치권 관계자는 적을 많이 만들었던 블라고예비치가 자기 무덤을 팠다는 해석을 내놨다. 즉 자신을 정치권으로 소개한 장인과도 쓰레기 매립장 문제로 등을 지는 등 사사건건 주변과 마찰을 겪으면서 정적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블라고예비치 전 주지사는 한인 사회와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다. 대표적으로 지금도 90번 고속도로 로렌스길 출구에 서 있는 코리아타운 현판을 들 수 있다. 그가 연방하원으로 당선된 곳이 시카고 북부지역이라 한인들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고 선거 과정에서 도움을 준 한인 사회에 준 선물이 바로 코리아타운 현판이었다.



그가 주지사로 당선된 후에는 스프링필드의 관저로 한인들을 초청하기도 했고 그를 위해 한인들이 선거자금을 선뜻 내놓기도 했다. 링컨길 한인회를 찾아서는 한인사회에 주요 이슈들을 직접 설명하기도 했다. 재선에 성공한 날, 그의 아버지가 일했던 제철공장에서 열린 당선 축하 리셉션에서 기자에게 곧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하며 한인사회와 가까워지기를 원했다.무엇보다 체류신분과 관계없이 아이들에게 제공하는 올키즈 프로그램은 지금까지도 유지되면서 이민자들에게 의료 혜택을 준 것도 블라고예비치였다.

그런 주지사가 부정부패 혐의로 연방검찰에 의해 체포되고 주의회에서 탄핵되면서 재임시절의 부정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일리노이 정치인 리스트에 올라가게 됐다. 영어의 몸이 되어 형기의 절반 가량을 채운 그의 뜬금없는 소식이 그리 반갑지는 않다. 무엇보다 그의 재판을 통해 일리노이 톱 정치인의 부도덕함과 검은 거래의 커넥션이 낱낱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최근 일리노이에서는 부패한 정치인들 대상으로 한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에드워드 버크 시의원이 연방 검찰의 조사를 받았고 몇몇 시의원은 직을 내려놨으며 검찰의 칼이 마이클 매디간 주 하원의장 측근으로 향하고 있기도 하다. 와중에 블라고예비치 전 주지사에 대한 사면이 단행된다는 것이 그리 바람직하지 않게 보인다. 무엇보다 그에게 내려진 14년형의 징역형이 연방법원의 형량 기준에 비해 가혹하지 않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당에 몸담고 있는 일리노이 연방하원에 의해 지적되기도 했다. 아마도 트럼프 대통령은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장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 대해 자신의 마녀사냥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블라고예비치 전 주지사 역시 마녀사냥의 피해자로 규정하고 그를 구해주고자 사면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블라고예비치 전 주지사가 설령 마녀사냥을 당했다 하더라도 그로 인해 가장 큰 피해자를 본 것은 바로 일리노이 주민들이다. 그로 인해 얻은 정치에 대한 불신과 증오는 한 가장이 겪고 있는 곤궁함보다 비할 바가 아니다. 적법한 사법절차에 의해 징역형을 살고 있는 블라고예비치 전 주지사가 현재 있어야 할 곳은 콜로라도주 교도소지 매스컴의 스포트라이트는 아니다. (객원기자)


박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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