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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포럼] 인종차별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

뉴욕차일드센터 플러싱 클리닉에 다니는 한 청소년의 인종차별에 대한 그림. [사진 뉴욕차일드센터]

뉴욕차일드센터 플러싱 클리닉에 다니는 한 청소년의 인종차별에 대한 그림. [사진 뉴욕차일드센터]

대니얼은 (가명)은 롱아일랜드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상담실을 찾은 대니얼은 며칠 전부터 우울증이 더 심해졌고 학교에 가기도 싫다고 하더군요. 상담사는 지난 한 주 동안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었는지 자초지종을 캐물었습니다.

"선생님, 같은 학년에 있는 백인 학생이 저를 보더니 브루스 리가 쿵푸를 하는 흉내를 내면서 "니하오" "니하오'하면서 놀리는 거에요. " 그래서 나는 차이니스가 아니라고 했죠. 내가 화를 내면서 그만하라고 했지요. 그래도 멈추지 않았어요."

대니얼은 백인 학생에게 인종차별적인 대우를 받았다고 생각했습니다. 미국에서 태어나 줄곧 이곳에서 살아왔지만, 여전히 진정한 미국인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쿵푸를 할 줄 아는 중국인으로 취급받았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던 것입니다.





흔하게 접하는 차별 행위

우리 일상에서 인종차별은 아주 흔하게 접할 수 있습니다. 2018년 2월 펜실베이니아대 (유펜) 의과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던 이인영 학생이 패스트푸드 식당인 타코벨을 찾았습니다. 캐셔에게 주문하면서 한국 이름 대신 영수증에 쉽게 기재할 수 있는 '스티브'라는 미국 이름을 알려주었지요. 그런데 영수증을 받아 본 순간 고객 이름 란에 'Steve Chink'라는 인종 차별적인 말이 적혀 있었던 것입니다. 'Chink'는 중국인을 지칭하는 인종차별적이고 모욕적인 속어입니다. 학생은 해당 캐셔와 매니저에게 항의했지만, 억울하고 분한 마음을 쉽사리 달랠 수가 없었습니다.

한인 대학생은 플러싱에 있는 주차장에서 빈 자리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나가는 차가 있어서 주차하려는 찰라, 반대편에서 다른 차가 쏜살같이 달려오더니 그 자리에 주차해 버린 것입니다. 그래서 "내가 아까부터 기다리던 자리"라고 항변을 했지요. 상대방 운전자는 갑자기 삿대질하며 "You, go back to your country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라며 고함을 질렀습니다. 그 말을 들은 대학생은 상대방 운전자에게 "You also go back to Europe (너도 유럽으로 돌아가라)라고 맞받아쳤습니다. 결국, 졸지에 주차 자리도 빼앗기고 인종차별적인 말을 듣게 된 것이지요.



대학·직장 등 제도적 문제

최근에는 하버드 대학이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이라는 단체로부터 소송을 당했습니다. 물론 하버드 대학은 즉각 입학 사정에서 아시안 학생을 차별하지 않았다고 부인을 했지요. 소송과정에서 나오는 자료들을 검토해 보면 하버드 대학이 비슷한 점수와 자격을 가진 백인 학생에게는 합격통지서를 보내고 아시안 학생을 불합격시켜 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아시안 학생은 성격 특성 점수에서 타인종 학생들에 비해 낮은 점수를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2018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따르면, 아시안 미국인은 실리콘 밸리 회사의 경영진 자리에 오를 가능성이 가장 낮은 인종 그룹이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컴퓨터 기술 관련 직종에 취업하는 직원 중 대다수가 아시안이었습니다. 이런 통계는 다른 직종에서도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인종차별은 단순히 한 개인에게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문화적으로 폭넓게 퍼져있습니다. 대니얼이 학교에서 당한 차별과 한인 대학생이 주차장에서 경험한 사건은 개인적 인종차별에 해당합니다. 개인적 인종차별은 인종적 감수성이 부족한 한 개인이 자신이 속한 인종그룹은 우월하다고 여기고, 다른 인종그룹은 열등하다고 생각할 때 발생합니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타인종에 속한 소위 열등 인종을 대놓고 차별하거나 암암리에 차별하는 행위들이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하버드 대학 소송 건과 미국 회사의 중역 자리에 있는 아시안 임원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통계는 사회 제도적으로 아시안에 대한 인종차별이 존재한다는 방증입니다. 주중이나 주말에 한인과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학원에 들러보면 늦은 저녁이나 주말을 가릴 것 없이 아시안 학생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학원에 자녀들을 보내는 학부모들과 인터뷰를 해 보면 하나같이 자녀들의 대학입학과 직업 선택 시 받을 수 있는 인종 차별을 걱정하더군요. 아시안 학생은 차별을 당하기 때문에 백인이나 흑인, 히스패닉계 학생들보다 월등하게 높은 SAT나 ACT 점수를 받아야 합니다. 차별을 당하지 않고 살려면 의료인과 법조인 같은 전문직에 종사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쉴새 없이 공부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하버드 대학을 아시안 인종차별로 고발한 '아시안 미국인 교육 연합'의 관계자는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하버드 대학의 차별적인 입학기준이 결과적으로 아시안 미국인 청소년들에게 우울증과 자살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경고했습니다.



문화 차별, 건강에도 영향

인종차별은 문화적으로도 존재합니다. 문화적 인종차별은 주류 인종 그룹이 타인종 그룹보다 우월한 지위에 있다는 신념, 가치, 행태 들을 은연 중에 부추기는 행위들입니다. 백화점 웹사이트를 들어가 보면 키 크고 하얀색 피부를 가진 백인 모델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글을 쓰면서 노스트롬과 메이시 백화점 웹사이트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노스트롬에는 키 큰 백색 피부와 금발을 가진 백인 여성이 아름다운 자태로 봄, 여름 상품을 홍보하고 있습니다. 메이시 백화점에는 하얀 머리의 흑인과 금발의 백인 여성이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살아가는 아시안 이민자 아이들은 끊임없이 "아름다움의 기준은 햐안 피부 색깔이다"라는 사회 문화적 메시지에 노출돼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미국에서 사는 아시안 여자 청소년의 우울증, 섭식장애, 자살률이 다른 인종 그룹보다 압도적으로 높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문화적 인종차별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다양한 인종차별의 경험이 심각한 정신건강 문제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2009년 파스코와 리치만의 메타분석 연구 논문에 따르면, 아시안들의 지속적인 인종 차별 경험이 심각한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결국 정신건강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체계적으로 밝혀 냈습니다. 인종차별을 지속해서 받게 되면 우울증, 불안증, 낮은 자아 존중감, 섭식장애와 비전형적인 신체 이미지를 형성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습니다.

인종차별 경험으로 인해 지속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심리 정신건강 상의 어려움이 생기게 된다면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춘 심리상담을 받고 인종차별 경험으로 인해 발생한 감정적 어려움을 완화하며 심리적 왜곡이 생기지 않도록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전문적인 아시안 상담 제공

필자가 몸담은 뉴욕차일드센터(718-673-8946)는 플러싱, 엘름허스트, 우드사이드, 자메이카, 사우스 자메이카 지역에 통합 외래 정신건강 클리닉 및 약물 남용 클리닉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7개의 영유아 조기 정신건강 프로그램과 11개의 학교 기반 정신건강 프로그램을 통해 한 해 5000명이 넘는 내담자들을 치료하고 있습니다. 정신건강 프로그램에 일하는 정신과 의사, 임상 사회복지사, 정신건강 상담사들은 아시안이 경험하고 있는 다양한 종류의 인종차별에 대해 높은 인식 수준을 갖고 있으며 전문적인 상담기법들을 지속해서 훈련받고 있습니다. 주변에 인종차별 문제나 심리 정신건강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언제든지 저희에게 연락해주기 바랍니다.


윤성민 / 뉴욕차일드센터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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