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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바뀌어 가는 명절 가족 풍경

고동운 / 전 공무원
고동운 / 전 공무원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20/01/20 미주판 12면 기사입력 2020/01/19 15:33

아내의 연말 증후군은 추수감사절이 다가오며 시작된다. 추수감사절로 시작되는 가족모임은 성탄절, 그리고 설날까지 이어진다.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는 이보다 앞선 추석 무렵부터 시작되었다.

추석 다음날인 어머니 생신으로 시작해서, 곧 아버지 생신이고 바로 추수감사절과 연말이 시작된다. 결혼 초에는 부모님의 생신을 집에서 차려 드리기도 했었는데, 그 후로 어머니날, 아버지날, 생신 등은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우리 집만 해도 아이들이 다 모이면 넷이고, 짝들도 있고, 올망졸망 손자들도 있다. 몇이 빠져도 적게는 10여 명에서 많게는 20여 명도 모인다. 가족 모임은 주로 나와 동생의 집에서 했는데, 한 달 남짓한 기간에 3번을 모이니, 한 집에서는 2번 모이게 된다.

참석하는 식구들도 모두 음식을 가지고 온다. 큰 누이동생은 디저트 담당이고, 작은 누이동생은 해물 파스타를 준비해서 가지고 왔다. 가족이 모이면 아버지는 식구들을 앉혀놓고 이런저런 주문을 하셨다. 자식들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이야기지만 듣는 당사자의 입장은 다르다. 눈물을 찔끔대는 놈도 있고, 얼굴을 붉히며 슬그머니 자리를 뜨는 놈도 있고, 아예 아버지와 한 판 하자고 대드는 놈도 있다. (아버지에게 대드는 사람은 내가 아니면 큰 누이동생이다. 동생은 결코 아버지에게 대드는 법이 없다.)

크리스마스 선물 나누기는 가장 어린아이가 먼저 가운데 앉아 선물을 푸는 것으로 시작해서 손주들의 차례가 끝나면 부모님이 받으시고, 우리들은 한꺼번에 주고받았다. 설날에는 3대가 순서대로 세배를 받았다. 아버지는 손자들까지 나이 순으로 세배를 하도록 시키셨다. 3년 전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맞았던 첫 명절, 여느 때처럼 동생의 집과 나누어 모였다. 하지만 분위기는 예전과 달랐다. 부모님도 안 계신데 명절마다 이런 식으로 모일 필요가 있겠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동생에게 앞으로는 각자 가정별로 모임을 하자고 했다.

새해 첫날 오후, 동생이 금값만큼이나 비싼 갈비를 사 들고 인사를 왔다. 조카들에게 돈만 주며 받지 않겠다는 세배를 억지로 받게 했다. 저녁에는 누이동생들이 왔는데, 작은 동생 왈, 이제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금년부터는 세배를 안 하겠다고 버틴다. 결국 세배도 받지 못하고 세뱃돈만 주었다. 우리 아이들도 이 놈 저놈 빠지고 해서 조촐한 새해 잔치가 되었다. 이렇게 우리 가족의 명절 모임은 새로운 모습으로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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