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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것

최인화 (영화 칼럼니스트)
최인화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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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1/11 09:22

‘코코’를 보고

이번엔 멕시코다. 디즈니-픽사가 이번엔 멕시코의 대표적인 명절인 ‘망자의 날 (Día de los Muertos)’을 소재로 하여 애니메이션 ‘코코 (Coco)’를 내놓았다.

‘망자의 날’은 매년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행하며, 이때 죽은 이들이 가족, 친구를 만나기 위해 현생으로 돌아온다고 믿고, 이를 기리는 것이다. 가정마다 제단을 마련하고 묘지에서 집에 이르는 길에 매리골드 꽃잎과 촛불을 놓아 영혼들이 현생으로 돌아오는 것을 돕는다. 일부 지역에선 해골 복장으로 묘지를 찾아가 꽃과 수공예품으로 장식하고 음식과 선물을 차려 놓는다. 카톨릭의 만성절, 만령절이 토속 의식과 결합된 형태다.

멕시코의 12세 소년 미겔 (안소니 곤잘레스 목소리)의 집안에선 음악이 일절 금지돼 있다. 음악을 하던 고조할아버지가 가정을 버리고 가출한 후유증이다. 그러나 음악을 향한 열정을 참을 수 없는 미겔은 ‘망자의 날’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전설적인 가수 에르네스토의 기념실에 진열된 기타를 훔치려다가 ‘죽은 자들의 세계’로 빠지게 된다. 미겔이 이승으로 되돌아오려면 날이 밝기 전에 자기의 조상을 만나 축복을 받아야 한다.

미겔이 죽은 자들의 세계로 빠져들면서 관객들은 디즈니-픽사 제작진의 상상력이 창조한 신세계를 만나게 된다. 지금까지 죽은 모든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이니 현세보다도 오히려 훨씬 더 크고 더 넓은 공간이어야 한다. 그 많은 (죽은) 사람들을 수용하려니 주거공간이 위로 위로 솟아있다. 보통 상상하듯 어둡고 침침하며 추운 세계가 아니다. 네온 빛으로 현란하게 빛나고 끝없이 뻗어있는 거대 공간이다. 기술 발전은 현세보다 더 앞선 듯 공중을 가로지르는 교통망이 어지럽다. 현세와 이어진 다리는 매리골드 꽃잎으로 만들어진 공중 다리다. 밟을 때마다 밟힌 부분이 빛을 발해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해골과 뼈만 갖추고 있다. 죽을 때의 나이와 의상 그대로이다. 사방에 온통 해골 뿐이니 징그럽고 생경한데, 저마다 다양한 모양과 색채로 해골을 치장하고 있어서 곧 적응이 된다. 이 신세계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를 볼 만한 가치가 있다.

여기에 디즈니가 자랑하는 최고의 음악이 더해진다. 영화의 주제가인 ‘Remember Me’는 ‘겨울왕국 (Frozen)’의 ‘Let It Go’를 작곡한 로페즈 부부의 작품이다. 음악 자체가 이 영화의 주요 소재인 만큼 영화 전편에 걸쳐 음악의 향연이 이어진다.

이토록 눈과 귀를 만족시키며 그 중심을 관통하는 주제로 ‘가족 사랑’을 담고 있다. 특히 사랑하는 방법 중 서로를 ‘기억한다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늘 그렇듯 기본 정서가 권선징악이다보니 스토리 전개가 어느 정도 예견되는 싱거움은 있지만, 그래도 디즈니 영화만은 이 기조를 유지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골든글로브상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 두 부문 후보로 올라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했다. ‘러빙 빈센트’도 물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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