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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 지킴이들)제1편 한국무용연구회 김미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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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중앙일보] 기사입력 2009/09/09 10:47

(편집자 주: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 가요 등 ‘한류문화’가 아시아를 넘어 유럽, 북미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태평양 너머 캐나다에서 한국전통문화를 한인 및 주류사회에 널리 알리고 있는 예인들을 소개합니다.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문화 보급에 애쓰고 있는 한인사회의 귀한 일꾼들에게 많은 격려와 박수를 보내주셨으면 합니다. 또 추천하고 싶은 예술인이나 단체가 있으시면 제보해주시기 바랍니다.)

“잠자는 시간 빼고는 온통 무용 생각 밖에 없다”가벼운 손놀림 하나로 관객을 한순간에 압도하는 정열적이고 역동적인 카리스마를 가진 캐나다한국무용연구회(KDSSC) 김미영 대표의 끝없는 무용 사랑을 함축한 말이다.

연구회 산하 김미영무용단의 정기공연과 세계 유명 무용인들과 함께 하는 ‘수류 무용 페스티벌’로 한인사회와 캐나다 주류사회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김 대표에게 처음 춤사위를 가르친 스승은 아버지 김윤학 씨였다.

한국전쟁 당시 국방부 정훈국 예술단체 무용분과위원으로 활동한 김윤학 씨는 종전 후 대한민국에서는 거의 처음으로 서울 종로구 사직동에 ‘김윤학 무용연구소’를 개원하고, 한국무용 협회 이사를 지낸 무용인으로 한국 전통춤을 무대화하는데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버지의 지도로 6살 때 무용에 입문한 김 대표는 7살이던 1951년 화천 국군장병위문공연에서 이승만 대통령에게 꽃다발을 전달하는 깜찍한 화동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아버지에게 전반적인 스탭과 장고춤을 전수받은 김 대표는 여러 스승들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오고무는 주만향 선생에게, 장고와 설장고는 윤석운 선생에게, 가야금은 성금련과 김옥진 선생에게 사사받았다.

어린시절부터 빼어난 춤으로 각종 대회를 휩쓸고 이후 무용학교에서 제자를 키우며 아시아·유럽·북미 등에 한국무용을 알려온 그가 캐나다에 정착하게 된 동기는 무엇일까.

김 대표는 “1979년 토론토대학 초청으로 한국문화의 밤 공연을 갖게 됐는데, 그때 한국학교수들이 나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붙잡았다. 그 말에 결혼도 하지 않은 처녀가 당돌하게 ‘문화 이민’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이민한 1979년에 김미영 한국민속무용연구소를 설립한 데 이어 1987년에는 캐나다한국무용연구회를 세웠다. 1988년 오타와 국회의사당에서 ‘88 서울올림픽’ 축하 공연을 계기로 그는 다양한 복합문화 행사에서 독무 또는 어린이들과 함께 한국문화를 알렸다.

무용인생 45주년인 1997년부터 정부의 지원으로 김미영무용단의 정기공연이 시작돼 지금까지 매년 공연을 갖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전문무용인 양성의 필요를 절감한 김 대표는 1987년 비영리단체로 ‘캐나다한국무용연구회(KDSSC)’ 설립 운영하다 2009년 9월 연방정부에 자선단체로 등록, 인정을 받았다.

김 대표는 “캐나다에서 만난 여러 문화와 세대간 협력을 꾀하면서 한국의 전통과 문화를 소개하는 창조적인 무용단체를 구상하게 됐다”며 KDSSC 탄생 배경을 설명했다.

토론토 민속예술협회의 유일한 한인 이사인 김 대표는 2000년 초 토론토예술위원회 무용분과위원으로 3년간 그랜트 심사를 맡기도 했다.

'김미영 대표의 작품들'

KDSSC 산하 김미영무용단은 1997년 ‘영혼의 춤(Dance of Soul)'을 시작으로 매년 정기공연을 선보였고, 2003년에는 세계 유명 무용인들과 한 무대를 장식하는 ’수류 무용 페스티벌’이 시작됐다.

물처럼 흐른다는 뜻의 ‘수류(水流)’는 한인 문인 이금실 씨가 김 대표에게 지어준 아호다. 기억에 남는 작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모든 작품이 다 소중하다. 어느 것 하나 기억나지 않는 것이 없다”며 작품들을 줄줄 외웠다.

남북통일을 염원한 98년의 ‘We are One’, 새 천년을 1년 99년의 ‘Millennium Cheer', 사물놀이와 함께 한 2000년의 ‘신명(Shin Myung)’, 2001년의 50주년 기념 ‘춤’, 2002년 6개국 무용인들과 함께 한 ‘Dance of a Ritual’은 김미영무용단의 작품들이다.

수류 무용은 2003년 ‘공생(Symbiosis)’ 이후 2004년 ‘전설(Legendary Tales)’, 2005년 ‘내면의 부활(Roots Revitalized)’, 2006년 드라마 대장금을 소재로 한 ‘역사 이야기(Historic Story)’로 호평을 받았다. 2007년에는 정기공연 ‘각설이’를, 2008년에는 수류무용 ‘의식무’를 선보였다.

'KDSSC의 춤꾼들'

한국무용을 지키는 KDSSC 단원들의 면면도 궁금하다. 1999년 이민 후 2001년에 무용을 시작한 정혜란 씨. 어릴 때 배웠던 춤을 캐나다에서 다시 찾았다는 그녀는 “한국무용에 감탄하는 2세나 백인 관객을 만날 때가 가장 뿌듯하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 같다”고 자부했다.

대학생과 고등학생으로 훌쩍 자란 두 아이의 응원도 큰 힘이 된다. 2001년부터 각종 공연에서 핵심 역할을 해온 김희린 씨는 “선생님의 장고춤은 독보적이다. 발레 등의 서양무용과 달리 한국무용은 장소가 한정돼 있어 배우기가 어렵다. 그래서 요즘엔 직접 찾아가 가르치고 있다. 원하는 학생이 있으면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대학에서 무용을 전공했다.

2002년 이민 직후 하버프론트 댄스위크에 출연한 김미영무용단에게 ‘징’을 쳐주며 인연을 맺었다는 최귀란 씨. 무용과 졸업 후 6년간 잡지사 기자를 지낸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다. 김씨와 최씨는 결혼과 출산으로 2년간 쉬다 최근 복귀해 현재 한마음선원 어린이들을 지도하고 있다.

OCA에서 미술을 전공하는 김희정(19)양은 단원들 중 막내다. 고교 졸업반이던 2008년 한인친구 11명과 함께 김 대표에게 3개월간 밤늦도록 춤을 배워 학교 ‘인터내셔널 데이’에서 칼춤과 교방춤(황진이), 부채춤으로 인기를 독차지했었다. 요즘은 국제결혼 커플 하객들에게 춤으로 한국전통을 알리는 ‘웨딩’ 출장을 맡고 있다.

홍콩 출신의 신디 입(Yip)은 유일한 비한인 단원. 중국 베이징 댄스 아카데미를 졸업한 신디는 2005년부터 김 대표의 지도를 받고 있다. 요크대학 커뮤니케이션 석사인 신디는 “한국무용은 감정표현이 매우 섬세하다.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몸짓이 매우 매력적이다. 많은 도전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와 만난 이들 외에도 민정희, 신지아, 크리스틴 조, 이윤성 씨 등이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문화 전쟁이 시작됐다'

태평양 너머 캐나다 땅에서 제자들을 양성하며 한국무용 ‘외길’ 인생을 걸어온 김 대표에게 요즘 큰 걱정이 생겼다. “우리 고유의 춤을 자칫 타민족에게 빼앗길 수도 있다. 수적으로 우세한 중국 커뮤니티에서 한국의 장고춤, 부채춤, 북춤을 모방해 공연하곤 한다”

한류 열풍으로 한국의 아이콘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적당히 모양만 닮은 ‘짝퉁’ 춤이 생기는 등 ‘문화 전쟁’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는 것.

김 대표는 “한국무용에 대한 동포들의 정신적 후원이 절실하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전통을 배우는 어린 꿈나무들과 무용인들을 많이 격려해달라”고 당부했다.

단오제의 유네스코 등재를 둘러싼 한국과 중국의 문화 갈등이 이곳 캐나다에서도 물밑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충격적인 지적이다. 김 대표가 7월20일부터 8월17일까지 1주 2회씩 ‘장고춤 특강’을 마련한 것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 문화를 전수해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이다.

“문화는 중요한 자산이다. 어린이에서부터 60세 이상 어르신까지 다양한 그룹에게 우리 춤을 전수하고 있다. 동포사회에서 우리 문화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커졌으면 좋겠다”

KDSSC는 봄 행사로 어린이~실버 댄스 아카데미 무용발표회를 갖고 가을에는 정기공연과 수류무용제를 격년으로 개최한다. 이외 한인사회와 주류사회 초청으로 매년 20여회의 공연을 갖고 있다.

김미영무용단은 11월11일 현충일을 기념해 토론토한인회관에서 한국 봉원사 스님들과 함께 한국의 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인 ‘영산재’를 선보인다.

2010년에는 두 번의 공연이 예정돼 있다. 1월8일-9일 토론토아트센터에서 무용단의 정기공연이 열리고, 10월에는 수류무용제로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할 계획이다.

(오미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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