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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대학 학위의 무게

올 초 모습을 드러낸 미국판 초대형 대입비리 사건에 대한 재판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그동안 감춰졌던 대학 기부금의 의미가 일부 드러났다.

LA타임스의 지난 4일자 기사에 따르면 USC는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 지원자 가족이 어느 정도 기부금을 낼 수 있는 형편인지를 조사해 이를 심사에 반영했다. 그 증거는 자녀의 입시 비리 혐의로 기소된 한 아버지의 변호인이 보스턴 연방법원에 제출한 이메일이다. 이 아버지는 입시 비리의 주역인 윌리엄 릭 싱어와 그와 가까운 USC 직원에게 뇌물을 주었다는 혐의로 기소된 마이애미 재력가인 로버트 잔그릴로.

그가 공개한 이메일에는 각 지원자의 부모 직업은 물론, 부모가 학교에 기부한 금액이나 예상 기부액을 표기해 놓은 기록이 있었다. USC가 특별관심 대상으로 분류한 지원자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총 200명. 이들의 파일에는 "100만 달러 약속"이라든지 "2만5000달러 확인. 추후 추가" "아버지가 외과의사" 등의 메모가 적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잔글릴로의 변호인 마틴 와이버그는 잔그릴로는 불법행위를 하지 않았고 USC의 VIP 가정 입학 절차에 따랐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LA타임스는 보도에서 "입학사정처가 어떻게 특별관리했는지 잘 보여주고 있는 증거"라며 "돈이면 다 된다는 진리가 유효하다는 걸 보여줬다"고 전했다. 물론 거액의 기부금을 학교에 냈다고 이들 자녀의 입학 결정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불분명하다. 대학측은 입학 결정은 기부액의 영향을 받지않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미국 대학이 거액의 기부자에게 관대한 건 사실이다.



이번 대입비리 사건에 연류된 학부모는 33명이다. 그 중에는 잔그릴로처럼 돈 많은 이들도 있고 유명 배우들도 있다. 대학 운동 코치들은 자격이 없는 그들의 자녀를 유망 선수라고 속여 조지타운대학 등에 입학시키고 그 대가로 수백만 달러를 받았다. 이렇게 해서라도 자녀를 대학에 보내는 이유는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졸업장, 즉 대학 학위 때문일 것이다.

없는 게 없다는 아마존 사이트에서 살 수 없는 것이 바로 '대학 학위'다. 지금이라도 검색어를 입력하면 화면에 가득 차게 보이는 건 대학 입학과 졸업에 대한 책들과 졸업장을 장식할 액자들뿐이다.

거액의 돈을 들여 명문대에 쉽게 입학했어도, 동네에 있는 커뮤니티칼리지에 다녀도 졸업은 스스로 해야 한다. 졸업장을 받으려면 전공 필수과목에서 모두 최소 점수를 받고 이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학에 들어갔어도 졸업을 제때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공부도 어렵지만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일을 해야 하는 학생들이라면 계획한 기간 안에 졸업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졸업생들에게 건네는 선물 문구에는 포기하지 않고 공부해 졸업한 걸 축하한다는 의미를 함축시킨 '서바이버'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는다.

대입에 가장 큰 목소리를 내는 단체 중 한 곳인 전국대학입학상담협회(NACAC)가 올 가을 열리는 연례회의에서 '윤리 및 전문가 행동강령'을 개정할 예정이다. 대입 카운슬러와 대학 입학처가 투명하게 대입 심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덕윤리 규정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 2년 동안 하버드를 비롯한 명문대들의 대입 심사 과정을 조사해 온 연방법무부의 수사 결과 때문이기도 하다.

국립교육통계센터에 따르면 올 가을 미국의 대학에 입학한 학생 수는 1990만 명이다. 이들에게 대학 학위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학문을 공부한 결과의 무게로 남길 기대해본다.


장연화 / 기획콘텐트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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