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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SNS 리트머스'를 그대에게

"S**t"

운전을 하다가 마구 끼어드는 무례한 사람들에게 또는 말도 안 되는 행동이나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마주하면 터져나오는 말이다. 어감이 강하고 해석이 달라질 수 있는 한국말(이를테면 젠장, 빌어먹을 등)보다는 낫다는 생각에 일종의 감탄사로 쓰기 시작한 말이다. 그런데 도덕의 칼이 날아 들었다. 어쩌다 승객이 되는 딸아이가 이를 제지하기 시작한 것이다. 꼭 누구를 경멸하거나 무시하는 욕설이 아니라고 설득해보지만 여전히 거친 표현을 삼가하시라는 조언이 돌아온다. 제대로 교육받고 예의바른 사람들은 정말 화가 나거나 불쾌한 순간에도 자제된 언행을 보인다는 고등학생 딸아이 말에 대꾸하지 못했다.

한국 법무부 신임 장관 임명에 대한 찬반논란처럼 큰 '돌풍'이 지나가면 꼭 남는 것이 있다. 페이스북을 포함한 주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에 욕설과 비속어, 경멸하고 혐오하려는 의도를 가진 나쁜 말이 수북이 쌓인다. 자유로운 의사 표시를 막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도를 지나친 표현들을 쉽게 보게 된다. 한국이 잘되고 발전하는 것을 바라긴 하지만 온갖 욕설과 비하, 차별성 표현에 지역 감정을 유발하는 못된 발언들까지 '애국'이라는 치장을 하고 난무하는 것을 보면 당장 페이스북 앱을 없애버리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진다.

이런 경우를 위해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이 만든 것이 바로 'SNS 리트머스'다.



뭔가 감정이 격해지고 S자 또는 F자로 시작되는 단어(또는 유사한 뜻을 가진 한국어)가 입가에 맴돈다면 슬쩍 무형의 리트머스 종이를 대입시키는 것이다. 평범한 중학생 정도의 아이가 학교나 길거리에서 들어도 문제가 없을 정도, 그들이 듣는 과정을 부모나 집안의 어른 입장에서 목격해도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수준임을 확인하는 리트머스다. 쉽게 말해 나의 SNS가 아이들에게 모두 공개되어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이냐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만약 욕설이나 비속어를 아이들이 들어도 크게 괘념치 않는 리트머스 종이라면 그사람의 인격과 인간됨은 그 정도 수준인 셈이다. 교육 수준이나 인격 형성과 별개로 이들은 길거리 언어에 익숙하며 가족 내에서도 이런 표현들이 이용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어른들이 아이들의 그런 표현을 어디서라도 듣길 바라지 않지만, 여전히 이런 언어들을 쓰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자신들이 지지하는 진영의 논리와 분석은 거의 영혼을 팔아서라도 사수하려는 사람들이다.

평상시 점잖은 언행이나 신망과는 달리 거침없는 표현들을 동원해 댓글을 달고, 만약 거기에 조그만 이견이라도 내비치면 곧바로 관계가 끝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아마 대부분의 누리꾼들이 경험하지 않았나 싶다.

가깝게 알고 지내던 점잖은 지인이 정치나 정권에 대한 SNS 포스트에 매우 극렬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며, 그가 평소에 우리에게 필요한 정책과 정책 집행 방식에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는지 따져보게 된다. 그런데 대부분은 고민보다는 단순한 감정적 표현이 앞선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들은 SNS 리트머스 종이를 대입하면 금방 얼굴을 붉히며 창피해할 사람들이다. 아마 자신들이 하는 일에도 소명의식이나 책임감이 부족한 겁쟁이거나 껍데기일 가능성이 높다.

자신의 철학과 소신에 맞게 의사표시를 하는 것은 정말 보기 좋다. 거친 독설보다는 진중하고 자제된 표현이 훨씬 더 설득력을 갖게되는 것은 물론이다.

어떤 이유에서든지 SNS 공간에서 거친 표현을 일삼는 사람들은 조용히 SNS 리트머스를 키보드에 갖다대고 어떤 색이 나오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최인성 / 기획콘텐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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