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 Angeles

90.0°

2019.11.18(Mon)

[교실 현장에서] 빈 의자의 소중함

정정숙 이사 / 한국어 진흥재단
정정숙 이사 / 한국어 진흥재단

[LA중앙일보] 발행 2018/10/08 미주판 21면 기사입력 2018/10/07 13:36

요즈음 정기적인 운동보다는 산책을 즐긴다. 산책을 하면서 빈 의자가 군데군데 있으면 외로워 보이지 않고 아늑함을 준다. 나에겐 남달리 빈 의자에 대한 애착심이 강하다. 길을 지나갈 때도 남의 집 앞마당에 빈 의자가 놓여 있는 것을 보면 공허함이 사라진다. 의자는 누구에게나 피곤하고 쉬고 싶을 때 안식처가 되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30년 넘게 교직생활 동안 교실에 들어가면 빈 의자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구나. 어둠을 겨우 면한 새벽,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 제일 먼저 불을 켜면 기다렸다는 듯 학생들의 의자가 나란히 나를 맞이한다. 곧 학생들이 한 명씩 들어오기 시작하여 의자가 채워지며 배움의 터전이 시작되었다. 하루의 수업이 시작되고 가르치고 배우는 시간이 흐르면 교육과정을 마무리하게 된다. 학생들이 하교하면 의자는 혼자가 된다. 의자에 앉아서 선생님을 향한 열정이 눈에 가득하다.

모든 사람이 배워야 할 가장 필요한 교육은 초등교육이다. 새로운 공부를 하면서 잠재능력을 개발하고 사회에 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요새는 도덕과 윤리라는 학과목이 따로 없다. 책을 읽으면서 학생들의 이야기를 서로 나누다 보면 공감대가 형성되고 그 속에서 가치관이 세워지는 교육효과가 나타난다 .

성적표가 배부될 때마다 학부모 상담시간이 마련되었다. 교사와 부모가 학생의 학업성적을 점검하여 미래를 계획하는 시간이다. 부모들께 "자녀에게 1%의 관심만 가져 주세요, 그러면 100%의 효과를 봅니다" 라고 당부했었다. 부모가 참석하지 않은 학생들의 어깨는 축 처지며 가엾게 보였다.

부모는 집에서 자녀를 양육하고 교사는 학교에서 커리큘럼과 다양한 학습활동을 통해 교육 목표의 책임을 담당한다. 그래서 학부모 상담은 매우 중요하다. 가끔 부모님 대신에 할머니와 할아버지께서 오실 때가 있었다. 학생의 학습 태도와 성적에 대해 의논할 때 학교에서는 모든 면이 우수했지만 집에서는 말을 잘 안 듣는다고 하는 분들도 계셨다. 그럴 때 "괜찮다" 라는 교사의 한 마디에 보호자들은 마음 편히 돌아가곤 했다.

빈 의자에 앉아서 공부하던 학생들이 100% 능력있는 사회의 일원으로 주춧돌이 되어 직책에 충실하며 현재를 가꿔간다. 교사는 학생에게 필요한 지식을 가르치는 의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동안 가르친 학생들이 교육, 과학, 의학, IT, 정치 여러 면에서 세상의 많은 사람이 편하게 쉴 수 있는 의자 역할을 하며 사는 것을 볼 때 감사하다. 과거 초등학교 교실의자에 앉아서 꿈꾸던 꿈이 퇴석되지 않고 미래에 실현되어 세상을 올바르게 사는 그들의 노력으로 사회가 발전하길 바란다. 30년 전 가르친 학생들을 지금까지도 걱정하고 생각하는 걸 보면 한번 선생은 영원한 선생인가 보다.

오늘의 핫이슈

PlusNews

포토 뉴스

전문가 칼럼전문가 전체보기

HelloKTo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