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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이발사 조지(George)

처음 그를 보자 마음이 기울었다. 왠지는 모른다. 등은 약간 꼽추처럼 굽었고 마르고, 얼굴에 주름이 무색할 만큼 환한 그의 미소, 경계심이 와르르 무너지며 처음 본 그에게 확 마음이 쏟아진 이유, 그래! 그 꾸밈없는 미소 때문이었다.

조지는 새로 이사 간 회사의 바로 옆집 이발소 주인이다. 레바논에서 온 조지는 낯선 동양의 이방인을 따뜻하게 맞이해 주었다. 30년이 넘게 한 자리를 지켜온 그는 훤하게 동네 소식을 꿰뚫고 있었다.

이발사 조지는 혼자 경영을 하고 소일거리로 하는 것 같아 보이는데 언제나 가게는 단골손님으로 바쁘다.

왕년에 쿠웨이트 왕자 전용 이발사였다는 조지! 국회 의사당에서 변호사 일을 하는 큰 아들과 의사인 작은 아들, 간호사인 딸과 부인을 두고도 아직 현역으로 일 하는 그, 나는 처음 그가 나에게 거짓말을 할 수도 있다는 의심을 했다. (오!! 가볍고 가벼운 나의 경박함이여)



그러나 시간이 가며 인간의 개별적인 성품을 이해하며, 드러내지 않고 만족할 줄 알고, 허영을 부릴 줄 모르며, 따스한 마음을 지닌 그의 삶과 철학을 이해하고 그를 존경하기 시작 했다. 그제야 나는 그 동네의 모든 관청의 공무원과 무수한 단골이 아직도 그 늙은 노인에게 와서 머리를 맡기는 이유를 알 듯 했다.

그는 머리만 깎는 기술자가 아니었다. 사람들의 삶의 고민을 들어주고, 용기도 주고, 웃음도 나누며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그는 현자 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가며 그와의 대화 중에 특이한 것을 발견 하였다. 대화를 하다 지나간 상황의 자기의 느낌을 이야기할 때는 자기 이름을 스스로 부르며 "조지, 이제 자야지" "조지, 기분이 언짢지만 아무것도 아니잖아. 렛 고!" 내게 이런 식으로 표현 하는 것이었다. 자기 스스로 독백 하는 듯 한 그의 대화법. 그것은 자기 마음을 깊게 들여다보며 사유하며 살아가는 그의 독특한 그만의 지혜의 툴 임을 알아차렸다.

그 이후로 난 특별히 기분이 우울해지려고 하거나 무언가 갈등 할 때 마음속으로 "애리야 괜찮아" "애리야 그만 멈춰"하며 그의 방법으로 스스로에게 말을 걸어보기 시작 했는데 순간의 감정보다 더 깊은 나의 속내와 대면하며 긍정으로 가는 마음의 길이 열리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 순간, 나는 직감했다. 황금의 지혜를 그에게서 선물 받은 것을. 며칠 전 난 그의 숍을 다시 방문해 햇빛 비치는 창가에 앉아 "조지! 팔십까지 인생을 살아왔는데 인생을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물었다. "애리, 내 생각에 인생은 너 스스로가 아름답게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면 아름다운 것이고 너 스스로가 꼬이고, 어둡게 만들려면 인생은 마냥 슬픈 거다"라고 그는 대답하였다.

그날 저녁, 4월의 괴팍한 바람이 얼마나 사납던지 가슴이 구멍 뚫린 듯 휑한데 "애리야 외롭기는, 애리야, 괜찮아! 바람 멋지다!!" 조지의 대화법으로 내게 나직이 말을 걸며 뇌까려보았다. 잠시 후, 마음이 편해지며 바람 소리는 따뜻한 시가 되어 가슴에 부딪쳐 쏟아졌다. 그날 밤, 고독할 뿐이지 외롭지 않고 바람의 온도를 가슴의 온도로 바꿀 수 있는 삶의 지혜를 준 조지가 오래 건강하길 신께 기도 드렸다.


곽애리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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