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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산책] 하루하루를 또박또박 정성껏…

이제부터는 새해 결심을 안 하기로 했다. “작심삼일의 낭패감을 극복하려면 사흘마다 새로 결심을 하면 된다”는 아재개그도 있지만 그것마저 번거로워서 그만두기로 했다.

그저 하루하루를 또박또박 정성스레 살기로 했다.

그렇다고 꿈이나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건강, 행복, 우리 조국 남북 사이의 평화, 비무장지대 철조망 거두어 엿 바꿔먹기, 세계 평화, 밥 굶는 이 없는 세상… 너무도 많다. 하지만 그걸 이루지 못하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아등바등하지는 않기로 했다. 되면 좋고, 안 되면 조금 더 기다리고….

소박한 꿈 중의 하나는 우리 동네에도 인문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많아졌으면 하는 것이다. 특히 예술 하는 사람들이 인문학 공부를 통해 탁 트인 시각을 가졌으면, 그래서 작품이 조금이라도 깊고 진해졌으면…. 인문학(人文學)이란 글자 그대로 사람(人)에 관한 글월(文)을 공부하는 것, 그러니까 사람 공부다. 공부(工夫)라는 낱말은 두 글자 모두 하늘과 땅 사이에 사람이 있는 모습이다. 풀이하자면, 하늘과 땅 사이에 사는 사람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사는 것이 과연 사람다운 것인가,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 등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묻는 일이 곧 인문학인 것이다.



이렇게 말하니, 대단히 어렵고 고리타분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힘든 건 아니다. 앞만 보지 말고 옆도 둘러보고 아래 위도 살펴보는 것, 지극히 당연하게 여겨 의심하지 않는 것들을 의심해보는 것, 안 보이는 것을 보려는 노력… 그런 것이 바로 인문학이다.

“꽃노래는 많으니/ 나는 가시를 노래합니다./ 뿌리도 노래합니다./ 뿌리가/ 여윈 소녀의 손처럼/ 얼마나 바위를 열심히/ 붙잡고 있는지요.”

현대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시인 중 한 명인 울라브 하우게(Olav H. Hauge, 1908-1994)의 ‘야생장미’라는 시다. 그이는 고향에서 평생 정원사로 일하며, 400여 편의 시를 쓰고, 200여 편의 시를 번역했다. 매일 노동을 했으며, 한 손에 도끼를 든 채 시를 썼고, 가장 좋은 시는 숲에서 쓰였다고 한다.

그런 시인의 마음을 배우고 닮으려 애쓰는 것이 바로 인문학 공부다. 예술가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안 보이는 것을 보고 들리지 않는 것을 듣는 힘이다. 우리는 나무는 하늘을 향해 위로만 자란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땅속으로도 힘차게 자라고 있다. 가시나 뿌리도 가지와 똑같은 나무의 한 부분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 조금 작고 뾰족한 가지를 가시라고 부를 뿐이라는 걸 아는 사람… 그런 인간이 시인이요, 화가요, 음악가요, 배우인 것이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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