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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자장자장 우리 아가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20/03/02 미주판 12면 기사입력 2020/03/01 16:15

자장가도 아닌데 자장가라고 하면 왠지 ‘섬 집 아기’라는 노래가 생각이 납니다. ‘섬 집 아기’라는 노래를 들으면 왠지 따뜻하면서도 애처롭습니다.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간 사이에 혼자 남은 아가가 잠을 자는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아가에게 자장가를 불러주는 것은 엄마가 아닙니다. 자장노래는 바다가 들려주고 있습니다. 밀려오고 밀려가는 파도 소리가 아가에게 자장가가 되었을 겁니다. 아가는 자기의 팔을 베고 스르르 잠이 듭니다. 어쩌면 꿈속에서 엄마와 함께 있을지도 모릅니다. 파도 소리를 엄마의 자장노래로 들으면서 말입니다.

자장자장은 노랫소리이기도 하면서 토닥임이기도 합니다. 아가는 작은 발소리, 문소리에도 놀라서 깹니다. 때로는 아무 소리도 안 났는데 지레 놀라 깨곤 합니다. 엄마 뱃속에서는 늘 안전했는데, 낯선 소리에 무섭기도 하겠지요. 그래도 잠에서 깨었을 때 옆에 엄마가 있으면 안심이지요. 엄마는 놀란 아가를 달래주려고 자장자장을 해 줍니다. ‘자장자장 우리 아기’라고 노래를 부르면서 가만히 아가의 가슴이나 배를 토닥여 줍니다. 그럼 아가는 다시 스르르 잠이 듭니다. 엄마의 손이 노래와 함께 아가의 불안을 잠재우는 겁니다.

자장자장의 리듬은 단순하지만 아마도 아가에게 가장 편안한 선율이 아닐까 합니다. 어쩌면 사람에게 가장 편한 리듬일 수 있겠습니다. 세상에 많은 자장가가 있지만, 아가가 좋아하는 자장가는 따로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예부터 전해오는 세상의 자장가를 모아 보고 싶네요. 가장 잠이 잘 오는 자장가를 연구해 보면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을 것 같습니다. 연구하다가 잠이 들 수도 있겠네요. 전에 어떤 분의 강의를 들었는데 우리 자장가가 잠이 오는 데는 최고라고 하더군요. 아마 단순한 리듬에 짧은 가사, 끊임없는 반복이 원인이 아닐까 합니다. ‘자장자장 우리 아가’만 계속해서 반복하면 되니까 말입니다.

자장노래의 리듬과 토닥임의 속도는 아가의 심장 박동과 일치하는 듯합니다. 엄마의 가슴에 안겨서 엄마의 심장 소리를 듣듯이 아가는 자장가와 엄마의 손길을 엄마의 심장 소리로 느끼며 잠이 드는 것이겠죠. 그래서 토닥토닥하는 위치가 주로 심장의 위치와 일치합니다. 물론 온기를 골고루 전하려고 몸의 여러 곳을 토닥이기도 합니다. 토닥임은 아가의 두려움을 없애는 위로이기도 하고, 조금은 굳어있는 아가의 몸을 풀어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자장노래의 속도는 아가의 상태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처음에는 조금 빠르다가 아가가 잠이 드는 것 같으면 속도가 느려집니다. 토닥임도 노랫소리와 같은 속도입니다. 처음에는 조금 세게 토닥이다가 점점 세기가 약해집니다. 대신 조금 더 따뜻해지는 느낌입니다. 엄마의 손이 아가의 가슴에 닿으면서 온도가 전달됩니다. 토닥임에는 온기가 있습니다. 서서히 엄마가 손을 내려놓았다가 떼는 순간입니다. 목소리도 점점 작아집니다. 아가는 꿈속으로 가고 엄마는 엄마 일을 하러 갑니다. 그때 아가가 깜짝 놀라 다시 울음을 터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럼 다시 자장노래는 시작됩니다.

언제부터인가 아가는 더는 자장가가 필요 없는 나이가 됩니다. 혼자 잘 자고, 엄마를 찾지도 않습니다. 종종 무섭다고 엄마의 품을 찾아들기도 하지만, 그것도 한때입니다. 품을 떠나는 것이지요. 당연히 품을 떠나 혼자 설 수 있어야 합니다. 어차피 홀로 서야 하는 세상이니까요. 그런데 우리는 모두 종종 외롭습니다. 힘이 듭니다. 잠이 오지 않거나 잠에서 깨면 다시 잠들기가 어렵습니다. 그럴 때 엄마의 자장노래가 그립습니다. 엄마의 토닥임이 그립습니다. ‘자장자장 우리 아기, 잘도 잔다. 우리 아기’ 조그맣게 저도 불러봅니다. 가만히 제 가슴도 토닥여 봅니다. 따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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