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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바이러스의 은유

바이러스(virus)라는 영어 단어는 라틴어 ‘비루스’에서 유래했다. 비루스는 ‘독성(毒性) 분비물’이라는 뜻인데 수백 년 전부터 다양한 은유로 사용됐다고 한다. 현대의 ‘컴퓨터 바이러스’ 역시 일종의 은유다.

지난달 25일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 칼럼니스트 벤 짐머는 ‘바이러스: 라틴어 '독'의 확산’이라는 칼럼에서 “16세기 출간된 책에도 독(비루스)과 권력(비레스)이라는 라틴어 단어의 유사성을 이용한 언어유희가 나온다”고 썼다. 인간이 휘두르는 권력이 바이러스처럼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바이러스는 이름만으로 정치적 함의를 갖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해 국제보건기구(WHO)가 ‘코비드-19(COVID-19)’라고 명명했지만, 여전히 ‘우한 폐렴’ 같은 말이 사용된다. 영어권 국가에서도 ‘우한 플루(Wuhan Flu)’ 심지어 이를 줄인 ‘우플루(Wuflu)’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다.

국제바이러스분류위원회가 ‘SARS-COV-2’라는 이름을 붙인 것을 두고 중국은 2003년 자국에서 발생한 중증호흡기증후군(SARS)을 연상시킨다며 발끈하고 나섰다. WHO와 미묘한 긴장도 생겼다. ‘우한 폐렴’을 쓰지 말자던 한국 정부가 ‘대구 코로나’라는 표현을 썼다며 비난하는 이들이 있고, 소셜미디어에선 ‘신천지 코로나’로 부르자는 주장이 나온다.



전염병에 특정 지역 이름을 사용하는 게 ‘낙인 효과’를 조장하는 혐오 표현이라는 게 지금은 상식처럼 여겨지지만, 이런 명명법은 과거에도 많았다. 20세기 초 전 세계에서 수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독감은 아직도 ‘스페인 독감’이라 불린다. 12명의 코로나19 사망자가 발생한 이탈리아에선 동양인을 상대로 한 테러까지 발생했다. 이번 주 공개된 밀라노의 한 슈퍼마켓 영상에선 이탈리아 사람들이 한 동양인에게 폭력을 휘두른다. 동양인은 “난 중국인이 아니라 필리핀 사람(Sono fillippino. Non cinese)”이라고 항변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고, 불행한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건 쉽다. 어쩌면 인간의 본성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이 옳고 그른지 가려내는 게 문명사회의 상식이고 수준이다. 혐오는 전염병보다 더 감염성이 크다.


이동현 / 한국 산업1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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