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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칼럼] 무소식이 희소식이 아니었다

최근 지인의 생일을 맞아 어떤 선물을 해 줄까 하고 연락한 내게 그가 "사실 얼마 전부터 우울증으로 상담을 받으며 약을 먹어왔다"고 털어놓았다.

멀리 떨어져 있어 잘 챙기지 못하는 것이 항상 미안했건만, 항상 털털하게 웃으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여와 되려 위안이 되어줬던 사람이었기에 그의 갑작스런 고백에 당황했다. 그리고 이내 내 일상이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연락도 안 하고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맘 편한 생각으로 일관해 온 것이 너무나 미안했다.

다행히도 지인은 상태가 많이 호전돼 이제는 약도 먹지 않고 잠도 비교적 잘 잔다고 전했지만 한번 놀란 가슴은 며칠이 지나도 진정되지 않았다.

'만약 그때 연락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영영 그 사람이 힘들어 한 줄도 모르고 지나갔겠구나' 싶은 생각에 간담이 서늘해지기도 하고, '혹시 아직도 힘든데 멀리서 걱정할까봐 괜찮다고 말한 것은 아닐까' 싶은 불안감에 이번에는 내가 밤잠을 설치게 됐다.



요즘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뉴욕시경 소속 경찰관들의 자살 소식도 불안감을 거든다. 경찰관은 어린 아이들에게 강인한 영웅의 상징이건만, 잇따라 자살을 감행해 벌써 올해 들어 자신의 손으로 생을 마감한 경찰만 아홉 명에 달한다.

최근 삶을 마감한 한 경관의 누이는 자신이 시경 측에 수 차례 오빠가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고 전했지만 당국이 그가 양호하다는 진단을 내리고 두 번이나 총을 돌려줬다며 울분을 토했다.

'나는 주변에서 누가 힘든지 잘 돌아보고 있을까' 하는 반성 뒤에는 힘들 법도 한 데 밝은 표정으로 일관하는 지인들의 얼굴이 떠오르며 '혹시 저들도 주변의 시선이 두려워 힘든 것을 숨기고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아니, 그보다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한테 "다들 그러고 산다"며 그들의 짐을 당연한 것으로 치부했던 적은 없었는지 오래 고민해야 했다.

한 심리전문가는 공황장애와 우울증에 대해 "특정한 계기가 있어야 생기는 것도 아니며 특히 현대인에게는 마치 지진과도 같이 갑작스레 엄습하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언제든 느낄 수 있는 증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우울증이나 정신질환에 대해 우리 사회는 아직도 너무나 무감각하다. 당장 자신이나 가까운 이에게 닥친 일이 아니면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는 듯한 이 무감각함이 나도 모르게 주변의 어려운 이들을 밀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사랑하는 이들에게 "힘들면 내게 말해도 된다"고 충분히 말해 왔을까.


김아영 /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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