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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에어] 도밍고의 예술과 성추행 파문

LA데뷔 30주년 기념 공연으로 기억한다. 주인공은 그였지만, 그는 공연 내내 함께 무대에 오른 파트너의 목소리를 빛내는데 집중했다. 편안하고 부드러운 음색으로 소프라노의 목소리를 최상으로 끌어올렸다. 세계 3대 테너로 불릴 만했다. 연륜이 쌓일수록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여 팬심을 사로 잡았다. '역시 도밍고다' 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지난 13일 플라시도 도밍고 성추행 기사가 터져나왔다. AP통신은 도밍고가 성악계에서 누려온 지위를 이용해 수십 년간 여성 오페라가수들과 무용수 등을 상대로 성희롱을 일삼아 왔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매체는 도밍고의 행태는 오페라 세계에서 오래된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전했다. 오페라가수 8명과 무용수 1명이 도밍고로부터 성적 괴롭힘을 당해 왔다고 폭로했다.

은퇴한 메조소프라노 패티리샤 울프를 제외한 다른 여성들은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다. 아직 현직에 있어 혹시 있을지 모를 불이익이 걱정돼서다. 폭로 여성들의 피해 내용은 매우 구체적이다. 도밍고의 성적 제안을 거절한 보복으로 배역에서 제외됐다고 호소한 여성도 여럿이다. 레슨과 연습, 배역 제공을 빌미로 집으로 오라는 제안을 받았다는 여성들도 있다.

피해 여성들은 도밍고를 마주칠 것이 두려워 일부러 피해 다녔다고 털어놨다. 도밍고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익명의 개인들로부터 제기된 주장은 당혹스럽고 부정확한 것"이라며 "나를 알고 함께 일했던 사람들은 내가 의도적으로 누군가를 공격하거나 당혹스럽게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도가 나온 뒤 도밍고가 출연하기로 한 공연들이 잇따라 취소됐다.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가 초청공연을 열지 않겠다고 밝히며 파장이 커졌다. 도밍고가 예술감독으로 있는 LA오페라는 진상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JTBC 뉴스룸 보도를 위해 리포트를 쓰는 동안 도밍고에 대한 의혹이 30년 넘게 성악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는 점이 특히 실망스러웠다. 오랫동안 비밀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평생을 바쳐 얻어낸 지위를 마음껏 악용해 왔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25일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이후 도밍고가 처음으로 무대에 섰다. 세계적인 음악축제 가운데 하나인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콘서트 오페라 '루이자 밀러'에 출연했다. 공연은 도밍고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오페라 팬들의 반응을 공개적으로 보여주는 자리라 관심이 컸다. 공연은 성공적이었다. 청중들은 도밍고를 향해 박수 갈채를 보냈다. 현지 언론은 공연 후 기립박수뿐 아니라 공연을 위해 도밍고가 무대에 서자 청중들이 기립해 그에 대한 지지를 보였다고 보도했다.

유명 남녀 성악가들은 물론 각국 오페라 커뮤니티가 도밍고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표명하기도 했다. 도밍고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조사와 징계가 흐지부지 끝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아무리 공공연한 비밀이라지만 그가 쌓아온 아성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앞서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음악가들 중 1년도 안 돼 다시 무대로 복귀한 경우도 적지 않다. 그들이 지닌 명성을 대체할 스타 예술가를 찾기 어려운 현실도 면죄부를 줬다. LA오페라단은 전직 검사에게 도밍고에 대한 의혹 조사를 맡겼다고 밝혔다. 독립적인 조사를 통해 의혹을 밝히겠다는 입장인데 일각에서는 도밍고가 총감독과 예술감독을 사임하는 수준으로 마무리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미투(Me Too)', 여성들의 용기가 또 수퍼스타의 명성에 힘을 잃어가고 있다.


부소현 JTBC LA특파원·부장 bue.sohyun@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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