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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천정에서 과자 쏟아지기

내가 어릴 때 살던 데는 서울시 안산 밑에 그저 그런 동네였다. 지금 기억으로 그 때 나이가 5살이나 6살 정도 됐을 것 같은데(정확하지 않다) 하루는 동네 골목에서 놀다가 같이 놀던 동네 형들에 휩쓸려 어딘지 고개를 넘고, 엄청 걸어서 송사리를 잡으러 갔다. 지금 알고 보니 그게 신촌의 연세대 뒷산이었다.

그런데 같이 간 어린이, 청소년들이 얼마 동안 송사리를 잡기 위해 엄청 노력을 했는데, 나중에 보니 송사리를 잡은 것은 나 혼자였다. 고무신인지 운동화인지 모르지만 신발에다 송사리를 넣고 있었는데. 큰 형들이 송사리를 달라고 해서(눈을 째려보면서 뺏을라고 해서) "이걸 왜 줘?" 버텼더니 조금 있다 같이 왔던 형들이고, 또래고 뭐고 한꺼번에 다 사라져 버렸다.

그래도 어떻게 어떻게 해서 길을 따라, 고개를 넘어 해가 뉘엿뉘엿 저무는 시간에 집으로 돌아왔는데, 애가 없어진 것을 알고는 모친께서 동네방네 찾아 다니면서 소란을 일으킨 덕분에 송사리 든 신발을 들고 동네 사람들 시선(따가운)을 받으며 의기양양하게 개선한 기억이 있다. 그 때 신발을 든 채 맨발로 걸어 오던 나를 한심한 듯이 바라보던 모친의 그 눈길이 지금도 아득하다.

이거 말고는 대부분 그냥 그저 그렇고, 대부분 좀 보통이거나 좀 모자란 애였다. 하루는 키가 큰 까까머리(아마도 중학생 또는 고등학생) 동네 형이 "우리 집에서는 시간만 되면 천정에서 과자가 쏟아진다"고 자랑(뻥)을 해서 그 형 집에 따라간 일도 있다. 동네 형은 애들을 우르르 몰고 자기집에 가서 어떤 방의 천정 구석을 가르치면서 "저기서 과자가 떨어져"라고 해서 멍하니 바라보면서 "얼마나 좋을까" 넋 놓고 쳐다봤던 기억이 난다.



이상 어린 시절 이야기는 100% 정확하지는 않지만 거의 맞을 거 같다. 근데 왜 '천정에서 과자 떨어지는' 기억을 꺼냈는가 하면 요즘 집에 들어갈 때면 문 앞에 떨어져 있는 아마존 박스를 보면 "이게 과자하고 전자제품이나 뭐나 이런 거만 다를 뿐이지, 비슷한 거 아닌가"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집에 20대 애들이 셋이나 살고 있어서 그런지 모르지만, 퇴근해서 집에 가면 집 앞에 크고 작은 박스들 있는 날이 적지 않다. 재활용 종이 쓰레기를 버리는 날에는 아마존 박스 여러 장이 겹쳐져 나와 있는 모습을 자주 본다. 과자하고 전자제품(일상용품도 다수)하고 다를 뿐이지 어린 시절 천정에서 떨어지는 거나, 아마존 배달부가 갖다 주는 거나 거의 비슷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1970년대부터 시작해 최근까지 컴퓨터 및 주변기기, 인터넷, 핸드폰, 전자상거래, 검색엔진 기술, 로봇, 음성인식, 빅 데이터, 인공지능(AI) 등이 발전하면서 아마도 자신의 직업이나, 생활환경에 변화가 없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만큼 지금 세상은, 현대문명은 통제가 안될 정도로 폭발적인 자가증식을 하면서 초고속으로 변하고 있다. 일부 직업도 사라지고, 인간의 가치도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경제적 편중은 심화되고, 국가와 정부 역할은 한계를 드러내면서 많은 사람들이 인류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어려운 시기에 영웅이 난다고.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 철학 등 여러 분야에서 인류가 나아갈 길, 탈출구를 제시하는 각 분야의 전문가나 현자들이 많이 나와줬으면 하는 기대를 해 본다.


박종원 / 경제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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