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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도 엄마도 울었다…10년만의 재회

'쌍둥이 언니 살해미수' 지나 한씨
20일 수감중인 교도소로 모친 면회
형기 채우고 내년 8월 가석방 심사

"엄마, 와줘서 고마워요."

딸은 엄마를 꼭 끌어안았다.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딸을 안은 엄마도 미안하고 안쓰러워 말을 쉽게 잇지 못했다.

지난 20일 중가주 차우칠라(Chowchilla)의 여성교도소 면회실.

엄마는 이 교도소에 수감된 딸을 면회하기 위해 LA에서 5시간을 달려갔다.



모녀의 만남은 10년 만이었다. 마지막 만남때 서른이었던 딸은 마흔을 넘긴 중년이 됐고, 엄마의 주름은 더 깊어졌다.

딸은 20년째 수감 생활중이다. 이 교도소에서는 18년째 형을 살고 있다. 꼭 20년전인 1996년 전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던 '쌍둥이 언니 살해미수사건'의 범인 지나 한(42)씨다. 당시 주류언론들은 영화같은 이야기들을 만들어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미모의 쌍둥이 자매였고, 전과 기록을 가진 동생이 언니를 살해하고 언니의 삶을 대신 살려했다는 '영화같은 혐의'가 지나씨에게 씌워졌다.

체포 이듬해 지나씨는 살인공모혐의 등 6건의 혐의로 유죄가 인정돼 26년~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사람을 죽인 1급 살인혐의 형량에 버금가는 중형이었다.

지난 10년간 지나씨의 어머니 김씨는 딸을 만나지 못했다. 몸도 아팠고, 두 딸이 가해자와 피해자가 된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또, 지나씨 구명운동이 진행되면서 일부 한인들의 비난도 상처가 됐다.

김씨의 마음이 다시 열린 건 딸 지나씨의 간곡한 호소 때문이었다.

이날 두 사람의 만남을 주선한 건 아둘람 재소자 선교회의 임미은(65) 선교사다. 임 선교사는 지난 10여 년간 매년 3~4차례씩 지나씨를 면회해 신앙을 키우도록 도왔다.

임 선교사는 23일 본지와 통화에서 "지나는 엄마가 마음을 열 때까지 꾸준히 편지를 보내고 전화를 걸어왔다"면서 "한 달 전쯤 지나가 들뜬 목소리로 '엄마가 면회온데요. 모시고 와주세요'라고 부탁했다"고 재회가 성사된 배경을 설명했다. 지나씨는 교도소에서 일해 모은 돈으로 엄마 김씨에게 용돈까지 보냈다고 한다.

임 선교사는 이날 4시간여 이어진 모녀간 대화중 잊지못할 한 대목을 전했다.

"엄마, 나 더 이상 억울한 거 없어. 내가 만약 형량을 짧게 받았더라면, 지금 밖에서 망가진 인생을 살고 있었을 거야. 중형을 받은 덕분에 이 안에서 새 삶을 살 수 있게 됐어. 이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알게됐고. 그러니 엄마, 걱정 말고 딸 지켜봐 주세요."

"…나오거든 엄마한테 와라. 엄마도 몸이 아파. 이제 같이 살자."

울먹이는 모녀를 지켜보며 임 선교사도 같이 울었다고 했다. "두 사람 마음이 어땠겠어요. 보고 싶어도 만나지 못하고 10년을 살았으니…."

임 선교사는 "사건이 발생한지 20년이 지났다. 지나는 충분히 죗값을 치렀고, 새사람이 됐다"고 했다. 지나씨는 교도소에서 손꼽는 모범수다. 자격증을 취득해 전기 부속품 관련 공장에서 일하면서 성실하게 근무하고 있다.

그동안 여러 한인단체가 진행했던 지나씨의 구명운동은 무위로 돌아갔다. 결국 지나씨는 법적 형량을 거의 채워 빠르면 내년 8월에 가석방 심사를 받게됐다. 임 선교사는 "갱생의 기회는 누구에게나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지나가 새 삶을 살 수 있도록 한인들이 응원해주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정구현 기자 chung.koohyu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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