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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수감생활 절대 헛되지 않았다"

'쌍둥이 자매 살해미수' 지나 한
한인사회에 보낸 '참회의 편지'

1996년 '쌍둥이 자매 살해미수사건'으로 20년째 수감중인 지나 한(42)씨가 한인사회 앞으로 '참회의 편지'를 보내왔다. 그녀는 지금 중가주 차우칠라(Chowchilla) 여성교도소에 있다.

지나씨는 최근 10년 만에 교도소로 면회온 엄마와 '눈물의 재회'본지 2월24일자 A-3면>를 하면서 한인들의 기억에서 되살아났다.

엄마와 재회하면서 가슴속 매듭 을 푼 그녀는 그날 밤 편지를 썼다. 한인사회에도 '용서'를 구하기 위해서다. 수형생활 20년만의 고해성사는 바인더 노트 앞뒷면에 한자 한자 손으로 썼다. 글자 수는 1843자다. 1급 살인혐의 형량에 해당하는 종신형 선고에 대한 억울함, 옥중 자살기도 등 힘들었던 기억과 신앙으로 찾은 모범수의 삶을 담담히 적었다.

모녀의 재회를 주선한 아둘람 재소자 선교회의 임미은(65) 선교사는 "지나가 내년 가석방 심사를 앞두고 20년 옥중 세월을 정리하고 싶어했다"면서 "앞으로 새 인생을 살겠다는 다짐이자 약속"이라고 편지에 담긴 속뜻을 전했다.



편지는 한글로 썼다. 지나씨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미국에 온 1.5세다. 문법에 다소 어긋나는 내용과 반복된 문장만 일부 수정해 최대한 원문 그대로를 요약했다.


저는 1996년에 있었던 '쌍둥이 사건'으로 26년에서 종신형 선고받고 올해 20년째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한지나라고 해요.

2017년에 있을 저의 첫 번째 (가석방) 청문회를 앞두고 많은 것을 돌이켜보고 느끼고, 배우면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요.

22살에 체포돼 처음 교도소에 들어왔을 땐 증오심과 절망감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너무 괴로웠어요. 그때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바보스럽게도 교도소안에서 약을 먹고 자살기도까지 했었지요.

물론 제가 잘못을 했고 죄를 지어서 수감생활을 해야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사람을 해치지도 않았는데 종신형이라니 정말이지 어이가 없었고 그때 당시에는 정말 죽고 싶었어요. 요즘 그 동안의 수감생활을 하나하나씩 돌이켜보는 혼자만의 시간을 자주 가져요. 그런데, 20년의 수감생활을 절대 제 삶에 헛되었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고 있어요.

20년이란 제 청춘을 잃었을 뿐이지 제가 그동안 이곳 안에서 배우고 얻은 것들은 생각하면 할수록 커요.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제가 이제는 사람이 돼서 나간다는 거에요.

20년전의 저는 너무 철이 없었고, 나만 생각하고 남한테 피해주면서 수많은 잘못을 했었어요. 비록 힘들었던 긴 수감생활이었지만, 그래도 20년이 지난 지금 제 자신의 변화에 하나님께 깊이 감사 드릴 뿐이에요.

이제는 제 나이 42살이에요. 그동안 수많은 어려움과 시련을 교도소안에서 겪으면서 제가 결국엔 철이 들었나 봐요. 이제는 겸손을 배우고, 용서를 배우면서 제 마음에 있던 상처들을 스스로 하나하나씩 다 치료했어요. 또 제가 피해준 사람들한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고 싶어요.

그동안 이곳 안에서 열심히 공부하면서 대학도 졸업했고, 10년 넘게 전기 기술을 배워 이 곳 안에 있는 공장에서 열심히 일했어요. 월급으로 저축도 할 수 있었고, 그 돈으로 제 엄마 용돈도 보내 드렸죠.

요즘 이런 생각이 들어요. 만약 제가 5년 정도 짧게 형량을 받았다면 이렇게 과연 변화할 수 있었을까 하고요. 제대로 잘못을 뉘우치지도 못했을 것 같고, 무엇을 배워서 나가지도 못했겠죠.

모두 하나님의 계획과 뜻 안에서, 은혜안에서 20년의 수감생활을 하게된 것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정말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이런 긴 시간이 필요했으니까요.

한때는 세상이 참 불공평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지만, 이젠 제가 저질렀던 잘못들을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20년의 시간속에서 드디어 하나님께서 저를 사람 될 수 있게 하셨다고 믿어요. 그래서 하나님께 감사 드려요.

내년에 있을 청문회를 통해 나가게되면 앞으로 착실하게 열심히 살고 싶어요. 절대 나쁜 짓 하지않고, 사람들에게 피해주지 않고, 법을 따르면서 열심히 남은 인생을 살 것을 스스로 다시 한번 다짐합니다.

'쌍둥이 자매 살해미수사건'은

사건은 1996년 11월6일 언니 서니씨가 살고 있는 어바인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했다. 동생 지나씨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10대 청소년 2명과 함께 언니의 집을 찾아갔다.

지나씨가 아파트 밖에서 기다리는 동안 둘은 서니씨의 아파트에 침입, 서니씨와 룸메이트를 권총으로 위협해 결박한 뒤 크레딧카드와 신분증을 빼앗았다.

이 사이에 경찰이 출동해 아파트 안에 있던 범인 한명을 체포했다. 다른 공범과 도주한 지나씨는 당일 자정쯤 샌디에이고공항 인근 렌터카 회사에서 붙잡혔다. 당시 지나씨는 언니 서니씨의 은행계좌에서 몰래 돈을 인출하려 한 혐의로 5개월여의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중 교도소측의 허락을 얻어 외출중인 상태였다.

검찰은 "전과 기록이 있는 쌍둥이 동생이 언니로 행세해 새 삶을 살기 위해 언니를 죽이려 했다"고 했다. 2년 뒤인 1998년 5월8일 법원은 지나씨가 "사회와 가정에 위험한 인물"이라며 살인공모 등 6개 혐의를 적용, 26년~종신형의 중형을 선고했다.


정구현 기자 chung.koohyu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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