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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북극권의 대통령 선거 풍경

올해 알래스카는 인디언 서머도 없이 그냥 겨울이 불쑥 찾아왔다. 갑작스러운 추위는 공기 중 수증기를 얼게 해, 태양으로부터 빛에 반사돼 태양 주위에 무지개를 만드는 원광 현상을 가져온다. 또한 타운 내 발전소 굴뚝에서 나오는 수증기는 처음에는 열의 힘으로 공기 속을 수직으로 뚫고 올라가다가 그 힘이 다하면 차갑고 약한 공기층을 만나 직각으로 꺾여 퍼져 나간다. 이런 것들이 북극 겨울의 전형적인 풍경이다.

추위는 지난 3일 대통령 선거일에도 마찬가지였다. 타운에 갔다가 신호등 근처에 서 있는 선거원들의 모습을 보았다. 추위에도 선거 봉사자들은 완전 무장을 한 채, 신호에 따라 손을 흔들며 한 표를 당부하고 있었다. 나도 지나가면서 지지하는 대통령의 선거원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고, 차들은 경적을 울리면 동조의 뜻을 표시했다.

이번 선거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한인을 비롯한 소수계들의 투표참여가 부진했다는 점이다. 소수의 투표권이 중요하다는 것을 주류사회에 알릴 절호의 기회였다.

알래스카는 전형적인 보수성향을 보이는 공화당 주이다. 지금까지 알래스카 연방 상하원의 90% 이상을 공화당이 차지해 왔다. 주지사도 마찬가지다. 알래스카주는 면적에 비해 인구가 적어서 선거인단은 3명에 불과하지만 경제적인 면을 보면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주이다.



알래스카주 연방 하원의원의 경우 알래스카 원주민과 결혼한 정치인이 거의 종신에 가까울 정도로 장기 재직하고 있다. 연령이 현재 87세이니 앞으로 2년을 더 하게 되면 90세에 가까워질 것이다. 그만큼 원주민의 지지를 무시할 수 없는 곳이 알래스카이다.

투표소에 가서 신분증 검사를 받고 투표용지에 기입한 후, 투표용지가 정확하게 제출되었는지를 확인하면 투표가 끝난다. 투표를 마치면 알래스카주 깃발 그림에 선거했다는 문구가 적힌 스티커를 준다.

강추위 속에서도 시민의 권리를 행사하려는 투표의 열기는 이어졌다. 소중한 한 표가 당락을 가르기도 하지만 투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시민권자로서의 책무이다. 알래스카에서 태어난 큰 아들이 첫 투표 참여를 주저하길래, 투표의 권리를 포기하면 민주시민이 될 수 없다고 했더니 투표소로 갔다.

여태껏 받은 스티커가 10개나 됐다. 각 스티커에 날짜를 적어 한 곳에 모아 두었더니 이것도 과거를 기록하는 일기장과 흡사하다. 내가 이제까지 미국에 살면서 경험했던 선거 참여의 기록이기 때문에 더욱 소중하다.

한인의 귀중한 한 표가 주류사회에 힘있는 커뮤니티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우리의 작은 목소리도 주류사회의 정책 입안에 반영될 수 있다. 추위 속에서 진행된 선거였지만 투표자의 권리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던 뜻깊은 날이었다.


김용원 / 알래스카주립대 페어뱅크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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