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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노동과 여행

나는 피코와 버몬트 부근에 산다. 우리 동네는 멕시칸 지역이다. 이곳에 한인이 경영하는 세탁소와 코인론드리가 하나씩 있다. 나는 이 세탁소에 20년 동안 세탁물을 맡겼고 이 코인론드리에서 20년 동안 빨래를 했다. 따라서 내가 늙어가는 것과 같이 세탁소와 코인론드리 주인도 늙어간다. 드디어 모두가 70이 넘은 노인이 됐다.

나는 한 번은 물어 보았다. 은퇴하시고 놀러 다녀야 할 것이 아니냐고. 세탁소 주인과 코인론드리 주인은 펄쩍 뛰었다. 그리고 말했다. 일할 수 있을 때까지는 일을 해야지요 라고 했다.

나는 세탁소 주인과 코인론드리 주인을 존경한다. 그리고 나의 삶을 뒤돌아 보았다. 나는 40살에 불법체류로 미국에 왔다. 지금 82세이니 거의 반반씩 한국과 미국에 살았다.

나는 한국에 있는 모든 산의 정상을 걸어서 올라가 보았다. 심지어 울릉도 성인봉에 올라가 보았고 제주도의 한라산에 있는 백록담도 갔다.



미국에 와서는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온갖 궂은 일을 다 해보았다. 가장 힘든 일은 밤에 일어나 사무실 청소를 가는 일이었다. 책상에 있는 재떨이를 비어야 하고 바닥 청소와 화장실 청소도 했다.

가장 좋았던 직업은 LA카운티 검찰청에 55세에 취직해서 75세까지 일한 것이다. 나는 차를 운전해서 뉴욕, 알래스카, 플로리다를 가봤고 미 전국을 여행했다. 미국 본토에서 가장 높은 휘트니산 정상을 3번 올라갔다. 또한 66세에 시작해 82세가 된 지금까지 100개국을 혼자 배낭 여행했다. 덕분에 LA타임스와 뉴욕타임스에 내 이야기가 소개되기도 했다.

미국에 와서 힘들게 살면서 여행 다닌 추억은 소중하다. 지금 내 스스로에게 자문해 본다. 나는 인생을 노는데 허비한 것일가?


서효원·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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