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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복어 요리

최근 한국 교계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됐던 두 목사는 분당우리교회 전광훈 부목사와 이찬수 담임목사가 아닐까 한다. 분당우리교회는 이찬수 목사 부임 이래 급속도로 부흥, 현재 성도수가 2만 여 명이 넘는 대형교회로 성장했다. 혹자는 분당우리교회 이찬수 목사의 출중한 설교 능력 때문이라고 하고, 또 한편에서는 분당이라는 목(?)이 좋은 곳에 교회가 들어선 것이 그 이유라 한다. 어쨌든 한국의 몇 안 되는 대형교회로 승승장구하는 교회이기에 목사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미치는 사회적 여파는 대단하다.

이런 분당교회가 최근 도마 위에 올라온 것은 다름아닌 전광훈 부목사의 동성애 관련 발언 때문이었다.

전 목사는 지난 6월 수요기도회에서 '지적질인가, 거룩한 분노인가'라는 제목의 설교 도중 "몇 년간 퀴어행사에 대한 반응, 기독교의 반응과 그것을 바라보는 반응을 찾아본 결과 대세는 이미 (동성애 진영으로) 넘어갔다"며 "동성애자를 비난하는 것은 꼰대들의 이야기가 돼 버렸다"는 말을 했다. 이후 네티즌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당시 설교 영상이 교회 홈페이지에 올라간 후 논란이 되면서 영상은 삭제됐고, 전 목사는 사과했다. 이러한 공개사과와 당분간 교회 강대상에도 서지 않겠다는 발표가 있었지만 비난은 그칠 줄 몰랐고, 더욱 거세갔다. 결국 그 불똥은 이찬수 담임목사에게까지 튀었다. "전 목사를 해고해야 한다, 교계에는 발도 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등등의 악의에 찬 댓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이 목사는 목회 이후 최대의 위기라 했고, 이처럼 많은 공격을 받은 적도 없었다고 했다. 그런 그가 지난달 20일 미국에서 목회자 세미나를 인도하기 위해 뉴저지 온누리교회에 왔다. 당시 설교에서도 관련 이슈에 대한 내용이 많았다. 수많은 공격을 받았을 텐데 어떻게 이겨 냈을까? 비결로 복어 요리를 들었다.



"어릴 때 복어를 먹다 죽었다는 시민들의 황당한 신문기사를 많이 접했습니다. 어린 마음에 복어는 생명도 해칠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한 요리인데, 왜 사람들은 자꾸 복어를 먹을까 의아했었다. 맛있기 때문이죠. 독을 잘 발라낸 복어는 너무도 맛있는 요리 입니다"

이 목사는 자신의 설교에 대한 반응이나 네티즌들의 공격에 대해 복어 요리처럼 대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공격적인 독소를 발라낸 후 다시 보고, 듣고, 깨닫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복어 요리를 한 후 그는 하나님과 독대하는 시간을 가진다. 그리고 또다시 복어 요리를 한다.

이 목사는 "페이스북에서 어떤 때는 기독교 언론들이 공격을 받는다. 온라인에서 누군가 악의에 찬 글을 썼다고 하자. 반드시 상처를 받는다. 새벽녘 어김없이 복어 요리를 한다. 글의 내용에서 악의에 찬 것들, 즉 독소를 다 발라낸다. 그러고 나면 분노와 실망, 억울감은 안개 걷히듯 사라지고 순전한 내용만 남는다. 그걸 마음에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 목사는 교회에서 성도들과 힘든 시간을 가졌다면 다음날 새벽이든지 늦은 밤이든지 좋은 시간에 복어 요리를 할 것을 권한다. 독이 되는 내용은 샅샅이 다 발라내고 그들이 나에게 하고 싶어했던 메시지만 받아들이는 복어 요리를 한다는 것.

온라인 세상인 요즘, 사소한 일에도 SNS·페이스북·웹사이트 등지에 엄청나게 많은 양의 댓글들이 쏟아져 나온다. 댓글에 상처를 받고, 이를 이기지 못해 스스로 자해를 하거나 자살도 서슴지 않아 안타깝다. 심지어 자살을 조장하는 사이트도 버젓이 있다고 들었다.

복어 요리! 한번 해봄직 하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았다거나, 듣기 싫은 말, 기분 나쁜 말을 들었다면 하루 일과를 마친 늦은 저녁, 홀로 있는 시간에 복어 요리를 해보자. 그리곤 독이 제대로 빠져 맛있는 복어 요리를 먹어보자. 살이 되고 피가 될 것 같지 않은가!


임은숙 / 종교·문화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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