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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투표했어요"…앤서니 묘지 줄 잇는 참배객

여성 참정권 운동의 대모
투표권 획득 96년 만에
여성 대통령 탄생 신고

미국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의 탄생을 눈 앞에 둔 8일 대선 투표일, 자신의 한 표를 행사한 유권자들은 뉴욕주 로체스터에 있는 마운트 호프 묘지에서 또다시 줄을 섰다.

여성의 투표권을 위해 평생을 싸운 여성 참정권 운동의 어머니 수잔 B. 앤서니(1820~1906·사진)의 묘지를 찾아 여성 참정권이 헌법으로 보장된 지 96년 만에 미국에서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게 되었음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아침 일찍 투표를 마친 유권자 수백명이 이미 다녀간 앤소니의 묘비에는 "투표를 했다"는 스티커가 잔뜩 붙어있었고 오후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미니 성조기와 꽃을 들고 줄을 서서 자신의 참배 차례를 기다렸다.

평생을 여성 참정권을 위해 헌신했지만 정작 앤서니는 자신의 이름이 붙은 수정 헌법 제19조가 의회를 통과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1920년 8월, 앤서니가 숨지고 14년 후 여성 참정권은 헌법으로 보장됐다. 그리고 96년 만에 여성 대통령의 탄생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매사추세츠주 퀘이커 교도의 집안에서 태어난 앤서니는 아버지가 자신의 자녀와 이웃의 아이들을 위해 세운 학교 덕분에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30대 초반까지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앤서니는 1861년 남북전쟁을 전후해 사회운동가로 변신했다. 노예제 반대, 금주운동을 시작으로 1854년부터 여성 권리 운동에 뛰어들었다.

1872년 11월1일 대통령 선거를 4일 앞두고 앤서니는 다른 여자 3명과 함께 밧줄로 몸을 묶고 뉴욕주 로체스터에 있는 선거관리 사무소에 들어섰다. '미국에서 태어났거나 시민이 된 모든 사람은 미합중국의 시민이고 이들의 시민권과 자유는 제한되어서는 안된다'는 수정헌법 제14조를 들며 유권자 등록을 요구했고 격렬한 논쟁 끝에 선관위는 앤서니의 유권자 등록을 받아줬다.

하지만 "여자가 투표를 했다"는 소문이 순식간에 퍼지면서 신문들이 이를 상세하게 보도했고 한 남자가 "불법선거"라는 고발장을 내면서 1873년 앤서니는 재판정에 서게 됐다. 판사는 "당신이 말하는 헌법 조항에는 '여자'가 들어있지 않다"며 앤서니에게 유죄판결을 내리고 100달러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그녀는 벌금을 내지 않았고 그때부터 1906년 숨질 때까지 매해 의회와 대통령에게 여성의 참정권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하고 미 전역을 돌며 여성의 투표권을 위한 강연을 했다. "장례식에서 눈물을 보이지 마세요. 우리 목표를 계속 추진하세요." 86년 생을 마감하면서 그녀가 남긴 유언이다.

이후 1910년과 1911년 사이 워싱턴주와 캘리포니아, 일리노이주에서 여성 참정권이 인정됐고 1919년 상원을 통과한 법안은 1920년 각 주의 비준을 받아내 8월26일 헌법으로 공표됐다.


신복례 기자 shin.bongly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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