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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들 합류로 경쟁력이 몇 배 커졌죠"

'가업 잇는다'
KD 미드웨이 터마이트 & 패스트 컨트롤 박명수 사장 삼부자

큰 아들은 10년째 '파트너'
타커뮤니티로 고객 확대
가족 사업 고객 신뢰 높아
다른 업체 인수·합병 진행


"해충을 잡아 피해를 막고 환경도 정화하니 얼마나 보람있는 일인가요. 게다가 경제적 보상까지 따르니 이만한 직업도 흔치 않죠."

LA한인타운의 해충 박멸 업체 'KD 미드웨이 터마이트 & 패스트 컨트롤(이하 KD 미드웨이)' 박명수(60) 사장은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1994년 LA로 이민온 후 23년 째 하는 일이라 '벌레 잡기'라면 도사급이다.

"문의 전화를 통해 딱 한두 마디만 들어 보면 어떤(벌레) 문제가 있고 어떻게 박멸해야 할지 감이 옵니다."



이런 도사 옆에 믿음직한 두 아들까지 가세를 했으니, 삼부자가 한 곳으로 출동하는 날이면 어느 곳의 어떤 해충이든 사라지고 만다. 큰아들 재균(33)씨는 아직 아버지 경력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이미 10년차 베테랑.

유명 패스트 컨트롤 기업인 오킨(Orkin)에서 운영하는 1년 과정의 터마이트스쿨(트레이닝 센터)까지 졸업했다. 아버지의 든든한 지원군이자 파트너인 셈이다. 재균씨와 3살 터울인 막내아들 재성씨는 이제 2년 쯤 됐다. 샌타모니카칼리지에서 비즈니스를 공부한 재성씨는 한인타운 인근의 굿사마리탄병원에서 오피스 업무를 하다 합류했다.

아직 배워야 할 것도 많다. 최고 단계인 오퍼레이터(Operrator) 라이선스 취득을 위해 '주경야독' 중이다.

두 아들의 가세는 타 커뮤니티로 고객층을 넓히는 계기도 됐다. 아버지의 경험에 언어 등 미국문화에 익숙한 두 아들이 힘을 합친 결과다. 현재 KD 미드웨이의 타인종 고객 비율은 20% 정도.

박 사장은 "사업이라고 하고는 있지만 살충 장비가 실린 작은 트럭 2대와 업무용 차량 1대, 주택 게스트하우스를 오피스로 쓰고 있는 게 전부다. 사실, 가업을 잇는다고 말하는 게 조금 민망하기도 하다. 그런데, 두 아들과 함께 하면서 기동력이 늘고 고객 신뢰도 쌓여 사업 확장의 여력도 생겼다"라며 최근 사업체 인수협상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해충을 박멸하는 게 생각만큼 쉽지는 않아요. 당장 바퀴벌레만 해도 그 종류가 수 천종입니다. 물론, LA에서 주로 잡는 바퀴벌레는 독일바퀴, 아메리칸바퀴, 오리엔털바퀴 등 크게 3가지 나뉘고 10여 종 정도이지만, 그들의 생김새, 습성을 모두 기억해야 해요. 그리고 의사가 병에 따라 '처방전'을 달리 하듯 해충 박멸에 필요한 약품(살충제)도 다르고, 희석 비율도 달라지죠. 어디 바퀴벌레만 잡나요. 터마이트, 쥐, 모기, 벼룩, 빈대 등 해충으로 분류되는 20~30종의 벌레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고 있어야 해요. 살충제 성분이나 사용방법, 응급처치요령 등도 반드시 익혀야 할 내용이죠."

유령잡는 '고스트버스터(Ghostbuster)'처럼 '해충박멸전문가(Pestbuster)'가 되기도 결코 만만치 않다는 이야기다.

가주 패스트컨트롤보드에서 운영하는 라이선스는 3단계로 구분된다. 애플리케이터(Applicator), 필드 레프리젠터티브(Field Representative), 오퍼레이터 순이다. 모두 해충박멸 활동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있지만, 내 이름으로 사업체를 운영할 수 있으려면 오퍼레이터(퀄리파잉 매니저)가 돼야 한다.

필드 레프리젠터티브에서 오퍼레이터 라이선스를 따려면 그냥 시험만 통과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2단계 자격증을 가진 후 제너럴 패스트 컨트롤 오퍼레이터는 2년, 터마이트 컨트롤 오퍼레이터는 4년의 실무 경력을 갖춰야 한다. 목조주택의 나무를 갉아 먹는 터마이트를 박멸하려면 건축구조도 어느 정도 알아야 하는 만큼 시간이 더 소요된다.

박명수 사장도 이민 초기엔 궂은 일부터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약품도매상을 했어요. 그런데, 막 LA에 와서는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더라고요. 영어구사도 잘 안되고. 먹고 살기 위해 청소일도 따라 다니며 해보고, 택시일도 했지요."

그렇게 지내던 박 사장은 어느 날 지인들이 패스트 컨트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고 운명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한국에서 약품사업을 한 탓에 이해나 취급 요령도 있다고 생각했던 것.

박 사장은 곧바로 애너하임에 있는 터마이트스쿨인 프랭클린칼리지라는 곳에 등록했다. 1년 이상 과정의 코스였는데 6개월 만에 자격증을 획득했다. 23년 패스트 컨트롤 인생의 시작이었다. 라이선스 단계가 있어 중국인 기업에서 파트너로 일을 하다가 지난 2000년에서야 미드웨이를 차려 독립했다.

박 사장이 자격증을 딸 당시만 해도 업계에 한인 종사자가 많지 않았다. "한인타운에 등록된 회사는 6~7개 정도였죠. 한인 종사자도 20명 수준이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런데, 요즘은 회사만 40곳에 종사자도 300명 쯤은 될 겁니다."

자격증을 따야하고, 독한 살충제 성분을 다루는 일이라 한시도 방심해서는 안되는 어려움이 있지만 돈도 되는 일이라 한인들의 진출이 계속해서 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경쟁은 더욱 치열해 졌다. 박 사장이 첫째와 둘째 아들에까지 사업을 함께 하자고 권한 이유이기도 했다.

"우리 사업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형제의 '환상 팀워크'

"삼부자가 출동하는 날은 일이 많습니다. 하지만 더욱 신이 납니다. 번갈아 가면서 한 명은 호스를 잡아 거리를 조절하고, 다른 두 명은 노즐을 잡아 소득을 합니다. 그렇게 서너 시간 땀에 흠뻑 젖고 나면 그 상쾌함은 어디에도 견주지 못하죠."

방역차를 타고 집으로 오는 길에 삼부자는 가족이야기, 사업이야기로 꽃을 피운다고 했다. 형제간 우애도 좋아, 아버지는 기대가 크다.

"큰아들은 업계 최고 자격을 갖췄고 사업수완이 좋아요. 작은아들은 세밀한 구석이 있어, 타인종과의 계약이나 서류작업을 도맡죠. 큰 애가 일을 벌이고 작은 애가 치밀하게 챙기는 조합이라면 회사를 금방 키울 수 있지 않겠어요."

요즘 큰아들이 잠시 서울에 가 있어 박 사장은 당분간 작은아들과 일을 하고 있다. 사무실 업무만 하다 방제복을 입고 땀을 흘리는 모습을 볼 때는 안쓰러움도 든다는 게 박 사장의 솔직한 고백이다.

그런데, 막내아들 재성씨는 아버지와 함께 하는 일이 너무 재미있다고 했다. 재성씨는 "병원 일이 깨끗하기는 하지만 고충도 있었다. 하지만, 패스트 컨트롤을 배우면서 시간도 나고, 무엇보다 경제적으로 도움이 크다"며 "솔직히, 그동안 잘 몰랐던 아버지의 마음도 알게 되고, 사소한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형은 아직 제게 '큰 산'이죠, 그런데 저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거든요"라며 은근히 경쟁심을 발동한다. KD 미드웨이의 미래는 이제부터 본 게임이 될 것같은 느낌이다.


김문호 기자 kim.moonho@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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