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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무덤’ 된 크라우드펀딩…3건 중 1건은 원금 날렸다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9/04/10 20:02

첫 집계한 채권 부도율 31%…손실률 64%
상환일 직전 "사실 돈 없다" 공지 속출
금융위 뒤늦게 "부도율 매 분기 공시"

회사원 A씨는 지난해 3월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체 와디즈를 통해 외식업체 ‘앙스모멍’ 3호점에 200만원을 투자했다. 1년 만기에 수익률 ‘7%+α’를 주는 채권이었다. 초기 몇 달 회사 측은 양호한 매출기록을 공개했다. 하지만 2018년 9월 갑자기 “기쁜 소식이다. 회사가 ‘모헤닉’에 합병된다”고 공지하더니 소식이 뜸했다. 상환 만기일을 하루 앞둔 지난 3월 27일 저녁, 앙스모멍 대표는 “당장 상환은 못 한다”는 공지를 띄웠다. 기존에 끌어 쓴 부채 부담과 영업 저조로 직원 월급조차 밀렸다는 주장이었다. 모든 자산은 이미 모헤닉에 인수돼 남은 게 없다고 밝혔다. 총 3억3000만원을 투자한 273명 개인투자자는 원금을 날릴 위기다. A씨는 “사업이 잘되는 것처럼 투자자를 속이고 뒤로는 자산을 팔아치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크라우드펀딩에 돈을 맡긴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최소 연 5~10%의 수익률을 보장한다며 개인투자자 수백 명에 채권을 팔아놓고 만기 때 내줄 돈이 없다며 부도내는 일도 적지 않다.




크라우드펀딩 홍보를 위해 금융위원회가 만든 웹툰. [자료: 금융위원회]






11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만기가 지난 크라우드펀딩 채무증권 88건 중 27건에서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손실률도 상당히 높다. 27건의 채권 발행액(49억6000만원) 중 겨우 17억7000만원만 건졌다. 원금의 64.3%를 잃었다. 이 중 10건은 아예 원금을 한 푼도 못 건졌다.

2016년 1월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이 도입된 뒤 채권 부도율 통계를 금융당국이 집계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금융위는 크라우드펀딩으로 자금 조달에 성공한 기업 통계와 사례만 소개하며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의 모범사례로 홍보했다. 와디즈 등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체는 투자자 모집 홍보·광고엔 열 올리면서도 정작 그 채권이 만기에 상환됐는지 아닌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협회 차원에서 중개업체별 연체율, 부도율을 매달 공개하는 P2P(개인간) 대출만도 못했다. 그만큼 당국과 중개업체 모두 투자 위험성을 알리는 데 소홀했다.

크라우드펀딩의 투자자 보호 장치는 상당히 허술하다. 위험도가 매우 큰 ‘정크본드’인데도 창업기업의 자금조달을 편리하게 한다는 이유로 누구나 쉽게 투자할 수 있게 문턱을 낮췄다. 금융위가 지난 1월 뒤늦게 ‘투자 적합성 테스트’를 도입했지만 질문 10개짜리 간단한 문항이다. 증권사에서 펀드에 하나 가입하려고 해도 복잡한 투자성향 테스트를 거쳐야 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크라우드펀딩 투자자 대부분이 일반 개인투자자이다. [자료: 금융위원회]






투자받은 기업이 중요한 재무 정보를 공시할 의무도 없다. 앙스모멍 사례처럼 상환일에 닥쳐서야 “사실은 내줄 돈이 없다”라고만 하면 그만이다.

피해 본 투자자들이 소송까지 가더라도 실제로 투자금을 일부라도 건지기란 쉽지 않다. 지난해 5월 게임업체 아이피플스가 크라우드펀딩으로 투자받은 회사채 7억원을 부도내자 투자자들은 형사·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아이피플스가 와디즈를 투자자를 모집하면서 투자 게시판에 “원금보장형 채권”이라고 안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기 혐의에 대해 경찰은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로 처리했다. 민사소송은 진행 중이지만 회사에 남은 자산이 없어 실익이 거의 없다.

이제야 문제를 인식한 금융당국은 크라우드펀딩 채권의 상환 건수, 금액, 부도율을 집계해 공개키로 했다. 오는 3분기부터 분기별로 예탁결제원을 통해 통계를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부도 채권의 세부내용은 공개하지 않는다. 강영수 금융위 자산운용과장은 “투자자들이 크라우드펀딩 채권투자 위험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용어사전 > 크라우드펀딩

대중(Crowd)으로부터 자금을 모아(Funding) 사업이나 아이디어에 투자하는 제도. 국내에서는 2016년 1월 시행됐다. 집단지성을 통해 사업 계획을 검증하고 다수에 의한 십시일반 투자를 지향한다. 보통 증권형과 채권형으로 나뉜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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