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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뜨개질로 배우는 삶의 ‘시행착오’

‘가정대학을 나온 사람은 살림을 잘할 것이다’는 편견은 내게서 버리는 것이 좋다. 뜨개질도 잘 못하면서 여고의 가정 선생을 7년간 했다. 실습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가정 선생을 하면서, 뜨개질은 반에서 유난히 잘하는 학생을 조교 삼아 배워가며 가르쳤다.

남편은 시집올 때 가져온 수많은 덮개와 깔개 등의 수공예품이 나의 솜씨인 줄 아직도 알고 있다. 거짓말은 안 했다. 사실을 말하지 않았을 뿐이지. 사실을 말하자면 숙제 검사하다가 “참 예쁘구나” 한마디 하면, 마음 착한 여학생들은 고이 포장까지 하여 선생님에게 선물로 주곤 했다. 옛날이야기이긴 하다.

페이스북 친구들이 팬데믹 기간에 올리는 취미활동 영역의 산물은 무궁무진하다. 요리, 사진, 그림, 걷기, 등산, 마라톤 등등 아마추어를 넘어 전문가에 가깝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는 격으로 흉내 내어 보지만 질기지 못한 내겐 그림의 떡일 뿐이다. 그러다가 몇몇 분들이 올린 뜨개 작품에 마음이 꽂혔다.

이민 가방 안에 묻어둔 35년 전 코바늘 세트를 찾아내고 집안에 굴러다니는 자투리 실을 뒤져서 뜨기 시작했다. 미니 선인장을 뜨고 마스크 걸게를 떴다. 손의 기억력을 따라 유튜브 선생의 지도로 가방도 뜨고 목도리도 떴다. 진득하지 못한 내가 한자리에 몇 시간씩 앉아 몰두하는 걸 본 남편이 다 놀란다. 직녀가 바늘을 잡으면 견우는 밥을 스스로 차려먹어야 할 지경이 되었다. 급기야 귀덮개가 있는 군밤장수 모자를 떠달라는 미션도 받았다.



뜨개질을 해본 사람이면 다 아는 일이지만, 도중에 실이 엉키는 일은 허다하고, 또 제아무리 고약하게 얽혔다 하더라도 결국엔 실은 풀리게 마련이다. 정 손을 못 쓸 정도로 얽히면 군데군데 가위로 끊어내어 다시 맺는 한이 있어도 실은 한 가닥으로 유지를 해야 하는 법이다. 중간에 빠져버린 코를 아차 뒤늦게 발견할 때도 있다. 그땐 여지없이 그 지점까지 풀어 다시 떠야만 한다. 그렇게 해서 다소 흠은 있더라도 하나의 뜨개 작품이 완성되는 것이다.

아름다운 많고 많은 말 중에 하필이면 고달프기 그지없는 ‘시행착오’라는 단어를 인생의 지침처럼 생각하며 산 지 오래이다. 영어로는 ‘trial and error’이니 복잡한 문제를 풀어 가는 과정이 바로 이 뜨개질과도 통한다. 돌아보면 저마다 이루어낸 값진 빛난 것에 시행착오의 눈물과 땀이 섞이지 않은 것이 어디 있으랴.

뜨개질 솜씨 별로 없는 내 앞에 한없이 얼크러져 있는 실뭉치는, 어려운 일도 언젠가는 적절한 대답이 주어지리라는 암시가 아닐까? 그런 시각에서 보면 비록 오늘의 가망 없는 노력도 결국은 내일을 위한 투자로 이어질 거라 믿는다. 인생에 반복되는 trial과 error를 팬데믹의 뜨개질을 통해 배우고 있다.


이정아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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