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삶의 뜨락에서] 황사와 미세먼지

나의 조국 한국을 갈 때면 언제나 기쁨으로 마음이 설렙니다. 많지는 않아도 나를 기다려 주는 친구들, 친척들. 그리고 입에 맞는 음식들…인천공항에 내리면 세계 어느 공항보다 깨끗하고 정돈된 공항을 보며 자부심을 느끼곤 합니다.

서울은 세계 어느 도시보다도 깨끗하고 발전이 된 도시라고 생각합니다. 시화가 쓰여 있는 지하철역의 안전문들. 내가 탈 버스가 몇 분 후에 도착을 하고 지금 어디를 오고 있다고 알려주는 안내판들 그리고 지하철을 타고 나와 버스를 타도 새로 요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환승 시스템. 시내 어디를 가도 늘어서 있는 먹자골목들이 우리를 반겨 줍니다.

나는 2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 한 달 동안 한국에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친구들을 만나고 귀족 골프도 치고 친절한 치과 치료를 받고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누가 한국이 좋았느냐고 묻는다면 선뜻 그렇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미세먼지와 공해 때문입니다. 한 달을 머물면서 한 번도 빛나는 태양과 푸른 하늘을 본 날이 없습니다. 해는 항상 뿌옇고 하늘은 옅은 회색이었습니다. 물론 밤하늘에 별을 본 일이 없지요. 그리고 길을 가는 행인들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습니다.

친구들과 제주도에 갔었는데 제주도의 하늘도 황회색이었습니다. 한국의 일기예보는 미국의 일기예보보다 한 가지가 더 나옵니다. 그것은 미세먼지의 예보입니다. 미세먼지의 표시란에 아주 나쁨, 나쁨, 보통, 좋음 등이 표시되는데 불행히도 내가 제주도에 있는 동안은 아주 나쁨이었습니다. 마스크를 쓰고 밖에 나갔는데도 눈이 따갑고 목이 아팠습니다.



서울에서도 미세먼지 예보는 계속 나쁨이었다가 3일 후 비가 내리고 보통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런데도 하늘은 회색이고 시청 앞에 있는 나의 호텔에서 남산 타워가 희미하게 보일 뿐이었습니다. 나는 플로리다 생각을 하고 선글라스를 몇 개 사서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었지만 뿌연 하늘에 해도 보이지 않는데 선글라스는 무용지물이었습니다.

아침 TV에서 하는 시사토론을 보았습니다. 어떤 인사가 미세먼지나 황사는 정부의 탓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은 정부의 몫입니다. 우리 하늘을 덮고 있는 미세먼지의 74%는 중국에서 오는 것입니다.

나는 오래 전에 광우병 사태를 기억합니다. 미국민 3억5000만이 매일 먹어도 걸리지 않는 광우병이 무섭다고 광화문과 시청을 꽉 메우고 대통령은 물러나라고 하던 사납던 한국인들이 아닙니까. 그런데 일분에 16번에서 20번은 들여 마시고 내쉬는 공기의 미세먼지는 건강에 분명히 나쁠 텐데 이 미세먼지를 마시면서 한국인은 중국에게 말 한 마디 못 합니다.

하기는 수 천년 동안 지녀온 중국 숭배 사상을 버릴 수가 있겠습니까만 만일 말을 잘하고 억지를 잘 부리는 진보 인사가 미세먼지는 미국의 텍사스에서 일어나 태평양을 건너 중국 해안을 따라가다가 한국으로 온다고 한다면 한국사람들은 다시 촛불을 들고 유모차를 몰고 "우리 아기들을 살려 주세요"하고 미 대사관으로 몰려가지 않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이용해 / 수필가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