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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100에이커'가 '패션의 거리'로 거듭나다

연중기획-뉴욕·뉴저지 타운 속으로

맨해튼 그린스트리트의 모습. 소호 특유의 주철 건물 양식을 감상할 수 있다. [사진 구글스트리트 캡쳐]

맨해튼 그린스트리트의 모습. 소호 특유의 주철 건물 양식을 감상할 수 있다. [사진 구글스트리트 캡쳐]

맨해튼 소호(SoHo)
2차대전 후 건물 버려져 분위기 험악
70년대 예술가들 대거 입주하며 활기
고급 브랜드 상업 지구로 90년대 변화


맨해튼 하우스턴 스트리트 남쪽으로 라파예트 애비뉴와 6애비뉴 사이의 소호(SoHo.South of Houston)는 패션을 사랑하는 이들이 뉴욕에 오면 꼭 들린다는 쇼핑의 중심지로, 세계적인 브랜드들이 몰려 있고 새로운 브랜드의 팝업스토어와 첫 매장도 이곳에 자리를 잡는다.

19세기 중반 현재의 파이낸셜 디스트릭트 인구가 증가하면서 주민들이 북쪽으로 이주하기 시작해 이곳에 상권을 이뤘다. 1900년대 중반, '빌딩 붐'에 힘입은 개발업자들이 이 지역에 비교적 저렴한 주철(cast iron)을 사용한 건물을 세우기 시작했다. 이후 스테인리스 철강이 건축 주재료로 쓰이기 시작하면서 주철로 만든 건물은 더 이상 지어지지 않게 됐고 아름다운 발코니와 주철 장식 등 당시의 건축 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건물의 보존을 위해 이 지역은 훗날 역사유적지(historic landmark)로 선정됐다.

2차세계대전 까지도 활발한 상업지구였던 이곳은 전쟁으로 인한 피해를 걱정하는 상인들이 떠나면서 물류창고로 사용하던 건물들이 방치됐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대부분의 건물들이 버려진 가운데 그 중 일부에는 열악한 환경의 공장 '스웻샵(sweatshop)'들이 들어서서 이 동네에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됐으며 그로 인해 한때 이 지역은 '지옥의 100에이커(Hell's Hundred Acres)'라 불리기도 했다.



1960년대에 들어서는 돈 없는 예술가들이 여전히 방치돼 있는 건물들에 무단으로 입주하기 시작했다. 버려진 공간의 관리 상태는 엉망이었지만 1900년대 건축 스타일 특유의 높은 천고와 큰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 등이 예술가들이 작품활동을 하거나 전시를 열기 좋은 공간이었을 뿐 아니라 한참 동안 버려져 있던 곳이다 보니 건물주가 나가라고 등을 떠미는 일도 드물었다.

시정부 역시 예술가들의 대거 유입으로 이 지역이 다시 활기를 찾는 것을 반겨 1971년에 이르러서는 빈 건물에 무단으로 들어가 거주하더라도 세입자(특히 예술인의 경우)를 강제 퇴거할 수 없는 로프트법(Loft Law)을 제정해 이들의 거주권을 보호했다. 이에 힘입어 70년대 초반에는 2000여 명의 예술가들이 이곳을 거처로 삼고 작품활동을 이어갔다. 앤디 워홀, 필립 글래스, 데이비드 보위, 장 미쉘 바스티아 등도 이곳에서 거주한 것으로 유명하다.

◆패션의 중심지=90년대 말부터 급격히 진행된 젠트리피케이션에 따라 소호 지역은 고가 백화점.브랜드 스토어 등이 즐비한 패션의 중심지로 거듭났다. 스프링스트리트에는 샤넬.롱샴.에트로 등 고급 브랜드의 플래그십 상점이 자리 잡고 있고 브로드웨이 선상에는 유명 브랜드와 고급 백화점이 줄지어 있다. 최신 유행을 쫓고 특이한 소장품을 찾기 위해 소호에 발걸음 하는 이들이 즐겨 찾는 편집숍과 모마디자인스토어 등 다양한 패션.디자인 상품을 만나 볼 상점도 소호 일대에 모여있다. 덕분에 새롭게 론칭하는 브랜드의 경우, '소호에서 파는 상품' '소호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라는 인지도를 위해 첫 매장을 이곳에 열기도 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역시 소호에서 "한국 패션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문화 허브" 개설을 위한 창의 브랜드 쇼케이스 '더 셀렉츠(The Selects)'를 출범해 뉴욕패션위크 기간 동안 한인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컨셉 코리아' 행사 등을 열었다.

◆명소 그린스트리트=소호 특유의 건축물을 감상하기 제일 좋은 곳은 그린스트리트(Greene St)다. 아스팔트를 사용하기 이전의 모습 그대로 돌이 깔려 있는 자갈길(cobblestoned street) 양 옆으로 1900년대 건물 50여 채가 줄지어 있어 당시의 주철 건축양식을 감상할 수 있다.

브로드웨이와 프린스스트리트 코너에도 대표적인 주철건물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붉은 벽돌외관에 화려한 주철 장식과 발코니를 자랑하는 '리틀싱어빌딩(Little Singer Building.561 Broadway)'은 1904년에 지어진 건물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우리에도 익숙한 재봉틀 브랜드 싱어가 사무실 겸 창고로 사용하던 건물이다.

소호시가바(Soho Cigar Bar.32 Watts St)는 자칭 '뉴욕에서 제일 오래된 시가 바'로, 1920년대에 운영하던 주류밀매점(speakeasy.1920~30년대 미국 금주법 시대에 비밀스레 술을 팔던 곳) '서카타박(Circa Tabac)'의 후신이다. 그 역사를 반증하는 듯 한 빈티지 인테리어가 눈길을 사로잡는 이곳은 뉴욕에서 유일하게 '시가 소믈리에'를 둔 시가바로도 유명하다.

소호 지역에 사는 한인 주민을 찾기는 쉽지 않지만 고급 한식당 우래옥은 1970년대부터 지난 2011년까지 이곳에서 자리를 지키며 할리우드 유명 인사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알려지면서 '뉴욕 셀럽들의 고급 한식 명가'로 사랑 받았다. 지난해 우래옥이 '더우(The Woo.206 Spring St)'라는 이름으로 다시 문을 열자 뉴욕타임스 등 주류매체들이 앞다퉈 이를 보도하며 귀환을 반겼다.


김아영 기자 kim.ahyoung@koreadailyn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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