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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기내에서도 절한다-두바이 아부다비 여행기(1)

케네디 공항에서 아부다비로 가는 에미리트 항공기. A380 큰 비행기였는데도 빈자리가 없었다. 내 좌석은 중간 정도, 시속 560마일로 비행기는 중동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잠을 청하고 있었는데 뒷좌석에 앉은 턱수염을 기른 두 젊은 남자가 기내 앞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순간 긴장했다. 9·11이 떠올랐다. 그러나 아랍 청년이 그들의 항공기, 같은 무슬림이 탄 비행기를 추락시킬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후 그들은 아주 행복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어디 갔다 왔을까? 기자 감각이 발동했다.

언젠가 케네디 공항에서 목격한 장면이 떠올랐다. 한 아랍 남자가 갑자기 가방 안에서 매트를 꺼내 엎드려 절을 하고 있었다. 참 이상했다. 그들은 하루 다섯 번 메카를 행해 절을 하고 기도를 드린다. 기내식을 갖다 주는 여승무원에게 물었다. “이 비행기 안에 기도실이 있습니까?” “네, 비행기 앞부분, 2층 일등석으로 들어가는 계단 근처에 있습니다.”

10여 년 전 소설 리서치를 위해 베이루트를 혼자 여행, 1970년대 레바논 내전 당시 뉴욕타임스 종군기자였던 Thomas Friedman이 묵었던 호텔에 머물렀다. 지금은 베이루트에 고급호텔이 많지만, 당시에는 올드 타운에 있었던 카마돌 호텔이 유일한 큰 호텔이었다. 새벽에 인근 확성기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알라신을 부르는 기도였다. (이후 나는 이슬람교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문화와 종교에 대한 책을 가까이하게 되었다.)

두바이 여행 첫날, 가이드는 우리를 두바이 박물관 근처에 있는 한 가정집에서 점심을 먹게 했다. 검은 드레스를 입은 젊은 무슬림 여자는 무슨 질문이든지 하라고 했다. ‘Reading Lorita In Teheran(AzarNafisi)’에서 읽은 것이 생각났다. “그 자서전에 따르면 여인들은 아름다운 몸매를 남에게, 관심 있는 남자에게 자랑하고 싶어할 텐데 왜 꽁꽁 싸매야 하나요. 아랍 여인들의 몸은 보물이기 때문에 검은 천으로 싸서 보호하는 건가요?” 그녀는 분명한 대답을 주었다. “우리의 옷차림은 종교가 아니라 문화입니다. 중동 여인들은 마호메트 이전부터 검은 치마를 입었습니다. 검은색은 Color of Respect, 당신들이 보기에는 이상할지 모르지만 아주 편하고, 자랑스러운 의상입니다.”



짧은 일정이지만 검은 옷을 입은 아랍 여인들은 우아하고 아름답게 보였다. 키 큰 젊은 여인들이 검은 치마, 검은 핸드백, 검은 구두를 신고 백화점을 활보하는 모습은 당당하고 섹시해 보였다. 들은 바에 따르면 그들은 집안에서는 청바지 같은 평상복을 입는다고 한다. 외출할 때 전통적인 옷차림을 한다. 남자는 흰 두루마기에 두건을 두른다.

아부다비 인구 450만의 89%는 인도·파키스탄·필리핀·이집트 등 인근 나라에서 벌어 먹고살기 온 유입민들, 이들은 UAE에서 태어나도 시민이 될 수 없다. 이 나라는 수백 년 전해 온 부족사회 혈통을 철저하게 유지하고 있다. 외국인들은 토지를 소유할 수 없고, 대부분은 임대 아파트에 살고 있다. 원주민 부족은 이들과 차별을 두기 위해 고급 단독 주택이나 빌라에 살고 있다고 한다. 아랍인들이 어떤 옷을 입느냐는 그들의 자유다. 그러나 순수 두바이 사람이 전통 복장을 하는 것은 ‘나는 진짜 두바이 사람’ 임을 자랑하는 것이다. 그들은 지배계층이다.


최복림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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