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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줌(zoom) 창에 열리는 여인의 방

숨통이 트이는 창! 누구에게나 내면을 춤추게 하는 꿈틀거리는 에너지! 가슴에 활력을 주는 시원한 강바람 같은 생명력을 불러오는 그 무엇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사람이어도 좋고, 자연이라도 좋고, 취미이어도 좋고, 일이라도 좋고, 그 무엇이면 어떠하리. 그 속에 소속되면 맞는 옷을 입고 있는 듯한 편안함, 내가 드디어 나 같은 소속감, 그래서 자주 만나 부비고, 섞이고 싶어, 저절로 마음이 기우는 그 어떤 것, 코로나바이러스로 그 에너지의 통로가 단절되었다. 단절되고 보니 작은 기쁨의 원천, 그것들이 모인 것이 그대로가 존재의 이유이고, 삶의 근간이고, 일상의 기쁨이었다는 것을 절절히 느낀다.

나에게도 많지는 않지만 몇 가지 나의 야성을 빛나게 하는 그 무엇이 있는데 만남의 발길이 단절되어 버리니 ‘소마’(σωμα)의 여인들이 보고 싶다. 소마는 그리스 어원의 ‘몸’이란 뜻으로 살아있고, 스스로를 느끼며, 내면의 총체적으로 생명체란 뜻이다. 내가 이 여인들을 소마의 여인들이라고 명명하는 이유는 그녀들을 만나고 나의 눈빛은 예전보다 명랑함과 건강한 호기심으로 영롱해졌다. 그래서 은근한 삶의 기쁨과 에너지와 생기를 주는 그 여인들을 소마의 여인들이라고 이름 붙이고 애정을 주며 좋아한다.

매달 책 한 권을 정하여 읽고 만나서 삶과 문학과 예술을 토론하며 이야기의 불꽃을 피운다. 코로나바이러스 격리가 길어지자 폭발하는 그리움에 더는 못 기다리고 줌(ZOOM) 미팅을 열기로 하였다. 컴퓨터에 줌 창이 켜지며, 한 사람 한 사람 얼굴이 올라오며 여인의 방이 열리기 시작하니 화들짝 핀 봄꽃처럼 환한 얼굴에 팝콘처럼 여인들의 웃음꽃이 터졌다. 막혔던 통로가 열리듯 오랜만에 안부와 대화 속에는 코로나를 이겨낸 격려의 박수 소리 들리고, 읽고 있다는 책, 태백산맥이 지나가고, 전쟁과 평화, 이스탄불의 불꽃과 황홀한 피아노 선율, 단테의 신곡, 천국과 지옥이 지나간다.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줌 미팅의 컴퓨터 창은 닫히고 꽃잎처럼 흔들던 여인들의 손이 사뭇 눈에 아른거리는 데, 왜 무엇이 이토록 서로 애타게 끌리게 하는 것인가. 생각에 마음을 모아보니 아! 우리는 모두 외로운 별이구나! 개별적 독특한 빛도, 홀로는 서러워 서로 다른 별과 함께 어우러져 밀키웨이(Milky Way) 아름다운 은하수 銀(은)+河(강)+水(물)가결합해서 삶의 물길을 만들고 싶구나!!!

그렇게 생각이 다다르자 저렇게 많은 별 중에/ 별 하나가 나를 내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노래가사가 떠오르며 한 달 이후의 만남 약속에도 벌써 그들이 그립다. 오늘,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책도 소개되었지만 북 클럽의 여인들의 매력은 인간답게 존재하려 끝없이 공부하는 ‘호모 쿵푸스’ 책 읽는 인간, 그 사유의 아름다움이다. 그들은 ‘호모 부커스’(독서의 달인)들이다. 책의 숲에 들어가 인간이 그리는 대서사시 ! 그 삶의 무늬를 이해하고 창조적 자발성을 확보하여 스스로의 삶을 풍성하게 하려는 여인들! 어찌, 그 눈빛이 빛나지 않을 수 있으며 뜨거운 에너지! 어찌 예쁘지 아니하리. 이 밤, 어둠을 밝힌 창, 여인의 방에 켜지는 별빛 하나하나가 눈에 어른거린다.




곽애리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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