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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네트워크] 한·중·일 3국 분업 약화시키는 일본

2000년대 중반 '한.중.일 3국 분업'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들었다. 일본의 하이테크 한국의 미드테크 중국의 로우테크로 이어지는 생산구조가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는 한 한국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였다. 실제로도 그랬다.

2000년 이후 확고히 자리 잡은 3국 분업은 세계시장에서 맹위를 떨쳤다. 일본의 자본재를 한국에서 중간재로 들여와 중국에서 최종 소비재로 만들어 파는 구조는 세상에서 무적이었다. 2010년 무렵엔 '중국제 없이 살아보기'가 세계 각지에서 시도됐지만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말로는 중국제였지만 따져 보면 한국과 일본의 자본과 기술이 듬뿍 들어간 제품이었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 이러한 삼국 분업이 깨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한국의 기술 발전으로 일본으로부터의 중간재 수입이 서서히 감소하고 중국의 내수산업 진흥으로 한국으로부터 소비재 수입이 줄었다. 한때 중국에서 1 2위를 다투던 삼성전자 휴대폰이 밀려나기 시작한 게 이때다. 중국이 '산업의 쌀'인 반도체를 국산화하겠다고 나선 것도 마찬가지다.

한국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겨냥한 수출규제는 한국이 직접 타격을 입지만 결국 중국과 일본도 피해를 본다. 국내 반도체 기업의 중국 생산 비중이 품목별로 25~40%에 이르기 때문이다. 또 한국의 반도체 생산에 지장이 생기면 국제가격이 오르고 결국 반도체를 많이 쓰는 일본의 전자산업 등이 타격을 입는다.



고순도 불화수소 등 해당 품목들은 공교롭게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에 꼭 필요한 품목들이다. 최종 생산품에 들어가진 않지만 생산단계에서 수백번 쓰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불화수소가 대체 불가능한 재료도 아니다.

지금은 생산하지 못하지만 1~2년 내 국내 중소기업이 국산화에 성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과 러시아 등으로 수입선도 다변화될 것이다. 결국 나타날 결과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붕괴가 아니라 대일 의존 탈피다.

이미 국내에선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여파가 꽤 크다. 더 큰 문제는 일본으로부터 자본재를 사온 기업들의 불안감이다. 생산에 일상적으로 써오던 물품이 어느 날 갑자기 끊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일제의 국산품 대체와 수입처 변경 움직임을 가속할 수 있다.

그 결과는 3국 분업에서의 일본의 위치가 흔들리는 것이다.

더구나 지금은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옥죄는 중이다. 명목상 중국을 겨냥하지만 사실상 3국 분업에 대한 견제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대한 수출규제는 3국 분업을 부추기는 미국을 말리기는커녕 거드는 일이다. 한국 그리고 중국을 견제하며 일본만 더 잘나갈 수 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서로 발을 묶고 함께 뛰고 있는 한.중.일 삼국 분업의 붕괴는 지구 위에서 가장 효율적인 경제 시스템의 붕괴를 뜻한다. 그 피해는 한.중은 물론 일본에 막심한 손실을 안길 것이다. 대한 수출규제에 대한 일본의 냉정한 판단이 다시 한번 필요한 이유다.


나현철 / 한국 중앙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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