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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부자 26명=빈곤층 38억 명

매년 초에 찾아 보는 보고서가 있다. 76년 동안 100여 개 나라에서 가난 극복을 목적으로 지원활동을 펼치는 옥스팜이 발표하는 불평등 연례 보고서다.

2019년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부자 26명의 자산이 빈곤층 38억 명의 자산과 같다는 것이다. 더욱이 금융위기 후 10년 동안 억만장자는 두 배나 늘었고 이들이 지난해 벌어들인 소득은 9000억 달러나 됐다. 매일 25억 달러의 부를 축적한 셈이다. 이를 지난해 가구당 중간 소득인 6만3170달러로 나눠봤다. '39575.75'이라는 숫자가 나왔다. 의미는 약 3만9576배나 되고 이는 다시 3만9576년 간 일 해야만 벌 수 있는 돈을 이들은 하루 만에 주머니에 넣은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부의 편중도가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수의 수퍼스타(시장에서 1위 위치인) 기업이 모든 부를 거머쥐는 현상을 승자 독식(Winner takes all)이라고 한다. 전세계 경제가 디지털 경제로 전환되면서 승자 독식사회가 굳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경제학자 로버트 프랭크 코넬대 교수는 저서 '승자 독식사회'를 통해 신자유주의와 기술발전, 세계화가 전세계 상위 1%가 99%의 부를 독식할 수 있게 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 승자 독식은 정보통신(IT)과 디지털 기술 발달로 인해서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시장지배 기업에 더 몰리는 성향이 있어 승자들의 부의 편중현상은 더 나빠진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보면 인터넷쇼핑은 아마존이, 검색엔진은 구글이, 동영상 관련은 유튜브, 소셜미디어는 인스타그램을 소유한 페이스북이 독점적으로 지배하면서 이들 창업자들은 상상할 수도 없는 부를 갖게 됐다.

로봇공학과 인공지능 등의 디지털 기술 자체가 자본 편향적인데다 IT기술에 의한 정보격차가 곧 소득격차로 이어지게 됐다. 따라서 소득 불평등 개선은커녕 악화하고 있다는 경제학자들의 진단이다.

그럼 디지털 경제하에서 승자 독식사회를 개선할 방법은 무엇인가.

프랭크 교수는 그에 대한 답으로 조세 정책이 우월한 지위를 선점하기 위한 기업과 부자들의 무한경쟁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누진세를 도입해 교육과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하고 공공재에 투자하는 게 유일한 해법이라는 것이다.

옥스팜 역시 개인의 부가 아닌 공익 증대를 위해서 공정한 조세 정책을 불평등 해소 방안으로 꼽았다. 이 조세 정책을 통해 보편적 공공서비스와 사회보장을 제공하면 부 축적을 저해하는 기회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다. 그러면 부유층과 빈곤층의 격차를 좁힐 수 있다는 논리다.

달리아 마륀 독일 뮌헨대 교수는 G 20가 글로벌 반독점법을 만들어 글로벌 기업의 승자 독식 확대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화 시대에서 각 산업 분야에서 규모가 제일 크고, 생산성이 가장 우수한 기업이 시장을 지배하게 된다.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다수의 소규모 기업은 퇴출당하기 마련이다.

둘 다 어렵고 이상적인 처방이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이젠 승자 독식을 더는 좌시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G 20를 넘어서 세계 각국이 연합체를 구축해서 승자 독식 확대 저지와 함께 부의 재분배와 공정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대책을 수립하고 이행한다면 부의 불평등은 서서히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진성철 /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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