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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민가 종교적 갈등 서정적 영상으로

버닝 케인(Burning Cane)

[Array Releasing 제공]

[Array Releasing 제공]

 낡은 차를 몰고 루이지애나 남부의 시골 길을 운전하고 있는 한 중년의 흑인 남성. 운전 중에도 술을 마시며 담배를 손에서 놓지 않는 이 남자는 이 동네 교회의 담임 틸만(웬델 피어스) 목사이다. 개신교적 윤리와 가치가 모든 삶의 기준인 동네 사람들에게 예수의 거룩한 삶과 구원을 설교하지만,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아내를 잊지 못하고 술로 슬픔을 달래고 산다. ‘취중 운전’은 남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그가 택한 방법이다. 그는 삶에 대한 애착이 없는 듯 보인다.

 줄담배를 연신 피워대는 헬렌(카렌 카이아 리버스)은 틸만의 교회에 열심히 출석하는 기독교 신자이다. 기르는 개의 피부병을 치료해 준다며 매일 모터오일을 발라 주는 모습에서 그녀가 교육을 받지 못한 맹목적 신앙의 소유자라는 것을 감지하게 된다. 아들 다니엘과는 사이가 좋지 않아 평소에는 연락 없이 지내지만, 아들이 직장을 잃은 뒤에는 손자에 대한 걱정으로 아들을 마주할 일이 잦아지고 있다.

 알코올중독자 다니엘은 직장을 잃은 후 집에서 술로 세월을 보내고 있다. 아들 제레미아를 위하고 사랑하는 아버지인 듯 보인다. 그러나 술에 취하면 어린 아들에게도 술을 권하는 비상식적 행동과 아내에 대한 열등감을 지니고 살아간다.

 영화 ‘버닝 케인’은 이들 세 사람을 중심으로 루이지애나 남동부의 흑인 슬럼가 사람들의 어두운 일상을 배경으로 신앙과 구원이라는 종교적 문제를 진지하게 탐구하고자 한다. 빈곤층 흑인 사회에 깊게 뿌리 박혀 있는 맹목적 신앙의 단면을 매우 리얼하게 표현하고 있다.



 영화는 또한 기독교의 이중성을 신랄하게 비난하고 있다. 내세의 구원에 철저하게 집착하면서도 현실 세계에 대하여는 인간적으로 게으른 빈민가 흑인들의 정신 세계가 설득력있게 묘사된다.

 영화는 ‘술 취한 남자’들의 폭력성과 그 근원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얘기하고자 한다. 여성에 대한 무조건적 우월의식, 자녀들에 대한 비이성적 권위의식이 관객들을 불편하게 자극한다. 영화는 슬프고도 충격적인 엔딩으로 막을 내린다.

 영화를 쓰고 연출하고 촬영하고 편집한 ‘원맨쇼’의 주인공은 올해 19세의 영화학도 필립 유만스이다. 그가 실제로 이 영화를 찍기 시작한 건 고등학교 졸업반인 17세때였다. 단편 영화로 시작한 프로젝트가 장편으로 거듭나며 올해 트라이베카 영화제 최우수 영화상을 수상했다. 생을 관조하는 시인의 감수성과 밑바닥 삶의 리얼리즘을 꿰뚫어 보는 그의 직관력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틸만 목사를 연기한 웬델 피어스는 남우 주연상을, 그리고 유만스는 촬영상을 받았다. 최우수 영화상을 수상한 최초의 흑인 감독, 최연소 감독의 기록을 동시에 세운, 뉴올리언즈 출신의 유만스는 현재 NYU 필름 스쿨에 재학중이다. 


김정·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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