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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의식·무의식의 정화

20년 전, 필자가 서울에서 근무할 때 일이다. 원불교 서울 모 교당에 다니는 한 교도가 어느 날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전화를 건 사람은 자신이 국보급 고려자기를 소유하고 있는데, 이를 팔 용의가 있다는 것이다. 박물관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던 그 교도는 그의 말이 약간 의심스러웠지만 귀가 솔깃하여 한번 만나는 것에 동의했다. 그는 그 교도에게 고려자기를 현금으로 사면 훨씬 싸게 줄 수 있다고 덧붙이며, 일주일 뒤 어느 산 밑에 있는 모 공원에서 만나자고 했다.

일주일 뒤, 그 교도는 약속장소에서 그를 만났고, 그는 자기를 보여주며 현금을 가지고 왔냐고 교도에게 물었다. 교도가 현금을 보여주자, 그는 갑자기 칼을 꺼내 들며 돈을 요구했다. 교도는 너무 놀란 나머지 뒤로 돌아 곧장 달렸고, 뛰다보니 큰 바위가 있는 막다른 곳에 도달했다. 목숨을 건지겠다는 생각에 그는 큰 바위 위로 뛰어 올랐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바로 경찰서에 신고했고, 다음날 경찰과 함께 그 현장에 가 봤는데 어떻게 그렇게 높은 바위를 단숨에 뛰어 올랐는지 그 교도와 경찰은 믿을 수 없었다고 한다.

엔진 오일을 갈다 차에 깔린 남편을 보고 달려와서 차를 들어올렸다는 어떤 미국인 여성의 이야기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깊은 최면 상태에 들어가면 아주 어린 시절의 상황도 정확히 기억해내고, 전신 마취 상황에서 수술을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수술 상황을 정확히 묘사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일들은 실지 우리 마음 속에 내재된 어떤 잠재 능력이 일시적으로 발현된 것들인데, 불교에서는 이를 우리 마음 속에 내재한 본성, 즉 불성(彿性)이라 한다.

우리의 생각과 감정 등을 잘 살펴보자. 예를 들어 아만심·우울증·실망감·비교심 등 우리 마음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뿌리를 잘 살펴보면 모두 ‘나’라는 관념에 근원적으로 기인한다. 어떤 환경에 대해 사람들의 특정 반응, 예를 들어 아름다운 여자를 보게 될 때 어떤 남자는 그 여자를 데이트 상대로 볼 수 있고, 어떤 사람은 그녀를 포교 혹은 전도의 대상으로 볼 수 있다. 같은 상황에서 다른 생각이 나오는 이유는 사람들마다 각자의 자아관념 혹은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우리의 생각과 감정의 뿌리가 되는 것은 바로 ‘나’라는 자아관념이며 이 자의식을 불교에서는 제칠식(七識)이라 한다. 그러나 이 칠식도 항상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가치관은 항상 변하며, 우리가 인생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며 나를 무엇과 동일시 할 것인가 하는 것도 항상 변하기 마련이다.



세계적으로 명상이 유행이다. 명상의 의학적·심리적인 효과가 입증되고 수많은 사람들이 실지 효과를 봄으로써 서구에서는 명상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뉴욕주 원다르마 명상센터(Won Dharma Center)에도 종교와 상관없이 많은 이들이 찾아와서 명상수행을 한다.

필자가 근무하는 원다르마 센터에서도 처음에는 스트레스 해결하기 위해 명상을 시작했다가 경전 공부를 함으로써 바른 인생관·진리관이 생겨 본격적으로 실지 생활이 바뀌고 마음의 안정과 인생의 중심을 잡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제칠식, 자아의식이 정화되었기 때문이다.

명상 혹은 기도를 통해 우리 마음의 파도가 잠잠해지고, 경전공부 등을 통해 건강한 가치관이 세워지면 이를 기반으로 우리는 더 깊게 우리의 본성, 참 나를 깨닫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가 여러가지 경계와 어려운 상황에서 마음의 자유를 얻고 해탈하고자 해도 잘 되지 않는 것도 결국 우리가 우리마음의 본성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 마음이 건강해지고, 이번 코로나 사태로 주위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고, 마음이 정화돼 인류가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기를 기원한다.


유도성 / 원불교 원달마센터 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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