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스포츠 세상] 다저스의 무명 마이너리거들

백종인 / 스포츠부장

6월 중순이었다. 다저스에 비상이 걸렸다. 선발 리치 힐이 부상자 명단(IL)에 오르게 됐다. 급하게 투수가 필요해졌다. 트리플 A에서 2명을 불러올렸다. 그러자면 누군가 자리를 비워줘야했다. 외야수 맷 비티(26)가 대상자였다.

어쩌면 당사자도 각오한 일이었다. 그래도 어깨가 축 늘어질 수밖에. 동료들의 위로가 등 뒤에 남겨졌다.

이튿날 오전에 공항으로 갔다. (마이너리그 팀이 있는) 오클라호마로 가기 위해서다. 탑승권까지 끊었다. 게이트 앞에서 기다리던 중 셀폰이 울렸다. 전화기 너머로 다급한 목소리가 이렇게 외쳤다. "이봐 맷, 비행기 타지말고 잠깐만 기다려봐."

어리둥절한 상태에서 발권을 취소했다. 초조한 기다림이 이어졌다. 다시 전화가 왔다. "다행이야. 계획이 달라졌어. 다시 다저스타디움으로 와." 콜업됐던 투수 한 명(조시 스보츠)이 부상을 당한 것이다. 덕분에 비티의 마이너행은 없던 일이 돼버렸다.



경기장으로 복귀한 비티는 그날 (후보로) 벤치에서 대기했다. 2-2 동점이던 9회말이었다. 2사 1루에서 감독(데이브 로버츠)이 그의 이름을 불렀다. 대타였다.

볼 카운트 1-0에서 97마일짜리 패스트볼이 가운데로 몰렸다. 한이 서린 비티의 배트가 그걸 용서할 리 없다. 엄청난 타구가 중견수 머리 위로 날았다. 끝내기 홈런이었다. 스타디움 전체가 환호로 뒤덮였다.

차베스 러빈(다저스타디움)의 외야를 지키는 또 한 명이 있다. 카일 갈릭(27)이다.

명색이 프로 선수인 그는 아직도 치노힐스의 부모집에 얹혀산다. 개막 직전까지도 투잡을 뛰어야 했다. 도어(door) 배달 일이다.

이게 보통 고된 직업이 아니다. 하나에 무게가 300파운드 넘는 것도 있다. 그런 걸 100개씩 싣고 건설 현장을 뛰어야한다. 커버하는 지역이 남가주 전역이다 보니 새벽 동트기 전부터 서둘러야 한다. 시급 15달러짜리 고달픈 인생이었다.

포모나 대학시절에는 나름대로 알아주는 선수였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드래프트에서는 관심 밖이었다. 몇 년째 별 볼일 없는 마이너리거로 전전했다. 월 1000~2000달러 수입이 전부였다. 그러던 지난 5월, 드디어 콜업됐다. 6월 20일, 21일 샌프란시스코전에서 이틀 연속 홈런을 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상대는 포머란츠, 범가너 같은 특급 투수였다.

루이빌 출신의 포수 윌 스미스(24)도 주목 대상이다. 2016년 드래프트에서 1번(전체 32번) 지명으로 다저스에 입단했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던 그는 6월 23일 콜로라도전에서 대단한 기록을 완성시켰다.

3-3 동점이던 9회였다. 2사 2루에 러셀 마틴의 타석이 되자 상대는 고의4구를 택했다. 다음 타자인 윌 스미스를 만만하게 본 탓이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고교시절 타율 0.528, 홈런 11개를 쳤던 슬러거의 대포가 터졌다. 3점짜리 아치였다.

이 한 방은 100년이 훨씬 넘는 메이저리그 사상 유일한 기록이 됐다. 사흘 연속 끝내기, 그것도 루키 타자들이 만든 홈런이었다(맷 비티-알렉스 버듀고-윌 스미스).

다저스는 압도적인 1위를 질주하고 있다.

물론 류현진이나 클레이튼 커쇼, 저스틴 터너, 코디 벨린저 같은 스타급들의 활약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런 무명들의 활약이 꾸준한 전력의 버팀목이다.

물론 여기에는 전제가 필요하다. 프런트 오피스의 역할이다. 애초에 다저스 외야는 포화 상태였다. 아무리 괜찮은 유망주가 있어도 뚫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하지만 겨울동안 야시엘 푸이그, 맷 캠프 등을 정리했다. 루키들이 뛰어놀 여지를 열어준 것이다. 덕분에 리빌딩 작업까지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야말로 일거양득인 셈이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