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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뉴욕에 연탄교회를 그리며…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시인 안도현의 '너에게 묻는다'란 시의 한 구절이다.

서울 노원구 중계본동 104번지, 일명 백사마을에 들어선 연탄교회. 이 곳엔 이 시 구절에 나오는 말처럼 뜨거운 연탄 같은 마음을 지닌 교인들이 하나 둘 모여 들고 있어 화제다.

CBS 기독교 방송에 최근 이 연탄교회가 소개됐는데, 주로 70.80.90대 노인들이 와 예배를 보고, 불우한 이웃들을 위한 봉사활동도 활발하게 펼치고 있어 귀감이 되고 있다.



"난, 예배도 잘 모르고, 하나님 말씀도 잘 몰라. 근데 목사님이 하도 재미있게 성경말씀을 전해주니, 매번 웃고 좋아서 가는데, 시간이 갈수록 모든 말씀에 고개가 끄덕여지고 은혜가 되네…." "목사님 말씀이 뼈에 사무치게 들려. 이웃들을 향한 사랑이 말이야. 교회 가는 날이 기다려져…."

주변의 소개로 연탄교회 교인이 된 80대 할머니, 앞니가 다 빠진 90대 할머니가 환하게 웃으며 쏟아내는 연탄교회에 대한 칭송이다. 또 따른 성도는 쉬운 설교, 편안한 예배 분위기가 좋아 이 교회에 간다고 했다.

교회 문턱이 턱없이 높아져버린 요즘, 달동네 백사마을엔 외롭고 소외된 노인들이 넘쳐난다. 나이가 들었다고, 못산다고 홀대 받던 노인들에게 살맛 나는 세상을 열어주기 때문이다. 이곳에 온 노인들은 청년들 못지 않은 에너지를 과시해 보인다. 자신들도 연로한데 불우한 이웃을 위해 때로는 연탄도 나르고 밥도 퍼주고 있다.

밥상공동체 연탄은행 대표 허기복 목사가 세운 이 교회는 추운 겨울 연탄을 나누고, 배고플 때 밥 한 그릇 함께 나누는 따듯한 정이 넘쳐나는 교회로 점차 자리매김하며 춘천.인천.대전 등 전국 각지로 확산돼나갈 분위기다.

허 목사는 "교회가 소외되고 헐벗고 굶주린 이웃들을 위해 흩어져 나가야 한다"며 "이것이 바로 '선교'고 '나눔'"이라고 했다.

선교란 무엇일까? 선교(mission)라는 말은 라틴어 'mitto'에서 유래된 것으로 그 뜻은 '보내다, 파견하다'이다. 종교적으로 미션(mission)이란 말은 '사명과 위임을 주어 보내는 것'을 의미한다.

요즘 뉴욕과 뉴저지 일대 한인교회들은 여름철을 맞아 중남미 등 해외 각처로 선교를 떠나고 있다.

아이티, 볼리비아 등 시위와 폭력사태가 끊이지 않고 있는 위험한 곳을 무릅쓰고 찾아가는 교회들도 있다. 얼마 전 뿌리깊은교회 조항석 목사는 아이티에는 굶기를 밥 먹듯 하고, 의료 서비스가 없어 탈장이 되고, 팔이 부러져도 방치된 고아들이 많다며 이들을 돌보기 위해 떠나는 선교팀을 위해 중보 기도를 부탁해왔다.

여담으로, 물론 다는 아닐 테지만 일부 믿지 않는 학부모들의 경우 서머 미션 경력이 대입 특별활동으로 한 줄 넣기 좋다며 자녀들을 미션 트립에 보내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각설하고, 어떤 취지에서라도 선교는 좋은 것이다. 무더운 여름철 불볕 더위를 마다 않고, 저개발 국가를 찾아 나서는 선교팀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그러나 자신과 가까운 주변에도 불우한 이웃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예수도 안식일인 주일, 교회에 가는 도중 병든 자를 만났다면 그들을 도와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백사마을 연탄교회는 교회의 본질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는 이 때, 진정한 '선교'와 '나눔'은 무엇일까 생각하게 만든다.

뉴욕에도 연탄교회와 같은 따듯한 교회가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임은숙 / 종교·문화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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