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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일본과도 '외교'하라

"외교적 해결의 상대는 일본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아마 그럴 겁니다." 우리 정부 관계자 입에선 이런 말이 나왔다. 8일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해 "정부는 외교적 해결을 위해서도 차분하게 노력해 나가겠다. 대응과 맞대응의 악순환은 양국 모두에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외교의 상대는 당연히 일본이라고 생각해 정부 관계자에게 대책을 물었더니 "일본이 아닌 것 같다"는 답변이 돌아온 것이다.

실제로 현 정부는 일본이 아닌 미국을 향해서 움직였다. '믿기 어렵게도' 이 와중에 아프리카를 방문한 강경화 외교장관은 출장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2차장은 미국에 급파됐다. 한국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이즈음 나온 미국 측 반응은 "아직 미국이 중재, 개입할 때가 아니다"(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 "중재에 나설 계획은 없다"(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였다.

아마도 미국은 2015년 타결된 한.일 위안부 합의를 '대표적인 중재 실패 사례'로 여길 가능성이 크다. 2014년 도쿄에 이어 서울을 방문한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 여성(위안부)들은 충격적 방식으로 성폭행당했다. 이는 끔찍하고 지독한 인권침해였다"고 했다.

2015년 미 국무부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말라"며 양국에 합의를 독려했다. 우여곡절 끝에 합의가 완성되자 미 국무부는 "합의를 이끌어낸 양국 지도자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고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하지만 결국 이 합의는 흐지부지됐다.



아베 총리는 "당시 합의는 오바마 대통령이 높이 평가했다"며 틈만 나면 '한국=약속을 지키지 않는 나라'로 몰고 있다. '트럼프의 절친'임을 최고의 외교 치적으로 내세우는 그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미 수출 규제에 대해 언질을 줬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지난 15일자 일본 마이니치 신문의 칼럼은 "미국은 (일방적인) 관세 인상으로 국제협정을 위반했지만 초강대국이라는 이유로 묵인을 받고 있는 모순적 존재인데, 한국이 수출 규제에 대한 중재를 미국에 요청한 건 참 기묘한 일"이라고 했다. 미국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받기란 이처럼 생각처럼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의 '외교 노력'은 미국만을 향해선 안 된다. 수출 규제 조치는 물론 잘못이지만 대법원 징용판결 이후 8개월여 동안 대일 외교를 방치해온 한국 정부도 반성할 대목이 있다. 그 길었던 8개월간의 침묵에서 깨어나 징용문제에 관해서도 더 적극적으로 대화해야 한다. 그래야 국제사회도 우리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


서승욱 / 한국 중앙일보 도쿄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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