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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칼럼] '데날리의 몰리' 미국의 다양성

최근 뉴욕타임스(NYT)가 "공영방송 PBS가 다양성의 기준을 드높였다"고 평한 어린이 만화 '데날리의 몰리(Molly of Denali)'는 알래스카에서 교역소를 운영하는 부모님 슬하에서 자라고 있는 어린 소녀 몰리의 일상을 통해 미국의 어린이들에게 알래스카 원주민의 삶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대통령이 소수계 의원들을 향해 "미국이 마음에 안 들면 네 나라로 돌아가라"는 망언을 하고 우리 주변에서도 소수계라는 이유로 폭언과 폭행을 당하는 주민들이 속출하는 가운데 편성된 이 프로그램이 참 반갑다.

몰리가 사는 것으로 설정된 알래스카주 데날리 지역은 지난 2015년 기존의 명칭인 마운트메킨지에서 원래 원주민들이 부르던 명칭인 데날리로 공식 명칭이 변경됐다. 몰리는 인터넷을 통해 다른 미국인 어린이들과 교류하며 이곳의 원주민들의 일상을 전한다.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건전하고도 신박한 프로그램 같다.

할아버지 대신 원주민 아이스크림인 니바기(Nivagi) 만들기 대회에 나가서 새로운 레시피로 1등을 차지하기도 하고 알래스카에서 텍사스로 이동하는 철새의 이주 패턴을 연구하는 친구를 돕기 위해 할아버지한테 배운 '학 춤(Crane Dance)'으로 아기 학을 잡는 몰리의 모험에는 오늘날의 과학 기술과 원주민들의 지혜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NYT는 이 프로그램이 4~8세 어린이들에게 미국의 뚜렷한 문화 그룹에 대해 가르친다고 소개했지만 어른들도 이 프로그램에서 배울 점이 많다.

텍사스에 산다고 모두 말을 타는 것이 아니고 알래스카에 산다고 다 이글루에 거주하는 것이 아니라는 아이들의 대화 속에는 '우리 모두 미국인'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서로에 대한 편견을 경계해야 한다'는 교훈이 녹아 있다. 몰리는 이사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알래스카에 대한 편견으로 밖에서 놀기 싫다는 친구를 설득하기 위해 다양한 책을 찾아보며 공부하고 마음을 돌린 친구와 농구게임을 하며 기뻐한다.

또 강아지가 먹어버린 할아버지의 아이스크림 대신 새로운 레시피를 개발해 1등을 차지한 몰리에게 할아버지는 "이건 네가 만든 아이스크림"이라고 칭찬하며 그의 창조물을 인정한다.

이 대목에서 어쩔 수 없이 정체성에 대한 고찰이 고개를 들었다. 한인 정체성을 강조하는 1세들과 미국 문화를 온전히 수용한 2세들 사이의 보이지 않는 대화 단절과 문화 차이도 이렇게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2세들에게 정체성과 문화적 자부심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문화재 전달뿐 아니라 그들의 창의적인 시도에 대한 격려도 함께 있어야 한다.

오늘도 데날리의 몰리를 응원하며 다양성이 축복받는 세상을 꿈꿔본다.


김아영 /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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