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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미래 사업의 아이템 '복고'

소니 뮤직이 지난달 말 'LP판'을 다시 생산한다고 밝혔다. 콤팩트 디스크(CD)에 밀려 생산을 중단한 지 거의 30년 만이다. 턴테이블에 LP판을 올려놓고, 돌아가는 판 위로 조심스럽게 바늘을 내려놓던 세대라면 LP판에 얽힌 아련한 추억 한두 개쯤은 있으리라. '나팔바지에 빵집을 누비던 추억 속의 상하이 트위스트'라는 노랫말이 절로 튀어나오고 두 다리와 무릎은 좌우로 꼬이면서 리듬을 타고 있는 것은 아닐는지.

카세트 테이프와 CD, 그리고 MP3 플레이어에 이어 노래가 핸드폰(스마트폰) 속으로 숨어들었을 때는 어느새 노래를 즐겨듣지 않는 '구닥다리'로 변했던 듯 싶다. LP판이 재생산된다고 해서 20대로 돌아갈 수야 없겠지만 그 단어를 듣는 것만으로도 설레는 것은 오롯이 청춘에 대한 향수만의 탓일까.

IT, AI, 빅데이터, 인크립션, 코딩, 애플리케이션 등등의 단어들과 동시대를 살면서 충분히 접하고 일부 사용도 하고 있지만 그 '속살'까지 이해할 것 같지 않기에 오히려 LP판 부활이 더 반가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 LP를 되살려 낸 주인공이 밀레니얼 세대라니 아이러니하다. ICT(정보통신과학) 융합으로 이뤄낸 인류의 또 다른 혁명의 시기를 사는 기존 세대가 결코 동화하기 힘든 것처럼, 밀레니얼 역시 LP의 '참맛'을 느끼기엔 부족함이 있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LP의 부할은 밀레니얼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공급을 맞추기 위한 결정이라는 것은 분명한가 보다. 컨설팅 컴퍼니, 딜로이트에 따르면 비닐 레코드산업은 젊은이들의 수요 증가로 지난 7년 연속 증가해 올해는 두자릿수로 성장할 전망이다. 지난해 일본 내 LP판 출하량만도 약 80만 장으로 2009년에 비해 8배 가까이 증가했다니 '복고풍'이 예사롭지 않다.

얼마 전 밀레니얼들이 관심을 갖는 직업으로 바텐더, 정육점 주인, 이발사, 출판사, 목수, 장의사 등이 새롭게 조명됐다. 밀레니얼은 많은 일을 컴퓨터로 처리하는 만큼 몸을 쓰는 일보다는 앉아서 손과 머리를 이용하는 직업을 좋아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날려 버리기에 충분했다. 빛의 속도로 변화하는 세상에서 인간성을 찾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같은 길로 내달으며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끊임없이 선점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이 없으면 무기력해지고 무능해 지는 구조다.

첨단기기 사용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법한 밀레니얼도 심화하는 경쟁은 부담일 것이다. 조금은 느리게 행동하고 생각하고 느끼면서 살아가고 싶은 욕구가 커질 수 있다. 어쩌면 4차 산업혁명이 필연적으로 복고풍을 부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제 모든 비즈니스의 정답은 온라인이라고들 말한다. 실제로 많은 소매체인점들이 그 방향으로 몰려가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을 속속 폐쇄하고 온라인 비즈니스에서 새 길을 찾고 있다. 온라인과 디지털이 아니면 낄 공간이 사라지고 있다.

그런데, 세계최대의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의 '거꾸로 행보'를 한 번 눈여겨보자. 아마존은 압도적인 온라인시장 점유를 기반으로 오프라인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밀레니얼이 LP를 선호하고 수입이 적은 바텐더나 정육점 운영 등에 뛰어드는 이유를 찾은 게 아닐까. VR(가상현실)과 AR(증강현실)이 실제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사람이라면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것들에 비중을 두려는 전략.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찾는 독자라면 이런 점을 고려해 보면 것도 또 다른 방안일 듯 싶다. 과열된 머리를 식히고 차분하게 몸으로 느끼며 인간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아이템. LA 한인타운에 여전히 걸린 만화방, PC방, 당구장, 탁구장, 기원, 비디오가게 간판을 바라보며 비슷한 생각을 해본다.


김문호 /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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