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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낯선 세상과의 이별을 기다리며

송 훈 / 수필가
송 훈 / 수필가 

[LA중앙일보] 발행 2020/05/14 미주판 17면 기사입력 2020/05/13 18:57

미국의 대표적 스포츠 TV채널인 ESPN에서 한국의 프로 야구 경기를 생중계로 본다는 걸 생각해 본 일이 있을까. 불과 몇 달 전만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현실이 되어 일어났다.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모든 나라에서 스포츠 경기가 중단돼 있는 상황에 방역 모범 국가로 부상한 우리나라에서 비록 무관중으로 치러지는 경기지만 올해 첫 프로 야구 경기가 시작되자 미국 ESPN이 중계권 계약을 체결하고 1주일에 서너 차례 생중계하기로 한 것이다. 한국 선수들의 시원한 홈런 장면이 스포츠 경기에 목말라 하고 있는 미국 야구팬들의 안방까지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야구에 이어 프로 축구도 공식 일정을 시작하자 세계 많은 국가에서 중계하는 등 취재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한류 열풍이 K팝에 이어 K스포츠까지 이어지나 싶어 흐뭇하면서도 좀 어리둥절한 것이 사실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짧은 기간에 많은 걸 바꿔 놓았다. 우리는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낯선 세상과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따뜻한 5월의 태양이 비추는 캘리포니아의 해변을 거니는 것도 못하고,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뛰어 놀아야 할 학생들이 언제 끝날지도 모른 채 집안에 틀어박혀 지내야 하는 현실이다.

가정의 달 5월에 손자, 손녀를 보고 싶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감히 보고 싶다는 말조차 꺼낼 수 없는 이상한 세상이 되고 말았다. 과거 같으면 한국의 어버이날이나 미국의 마더스데이(Mother's Day)에 최고의 선물은 뭐니 뭐니 해도 실속 있는 '현금'이라고 했지만 올해의 가장 큰 선물은 '서로 떨어져서 만나지 않는 것'이라고 하니 기가 막힌다.

요양원이나 보호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부모님을 자식들조차 면회를 못 가 화상 통화로 대신하고 있다. 찾아간다고 해도 통유리 너머로 얼굴만 보고 손만 흔들고 오는 식으로 바뀌었다. 한국 정부에서는 올해 어버이날에는 자식들이 부모님을 찾아뵙지 말라는 이상한 권고까지 했다고 하니 참으로 낯선 세상이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면 반가운 게 아니라 피하는 시대다. 사람은 사람과 더불어 부대끼며 살아야 하는데 우리가 살던 과거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변해 버린 이런 낯선 세상을 산다는 건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모든 것은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는 게 당연한 것이지만 이런 낯선 세상하고는 더 익숙해지고 싶지 않다.

어서 빨리 한국에 가서 사계절 아름다운 고국의 경치도 감상하고 가족, 친척, 친구들도 만나 회포도 풀고 싶다. 타국에 살고 있는 예쁜 손녀를 빨리 만나 안아주고 싶다. 사람들과 어울려 밥도 먹으며 특별할 것도 없는 수다도 떨고, 땀 흘리며 운동하고 손바닥을 마주치는 하이파이브도 하며 그렇게 살고 싶다. 그런 하루하루 평범한 일들이 이토록 어려운 것인지 미처 몰랐다.

한여름에도 마스크를 써야 하는 이런 날을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갑자기 찾아 온 낯선 세상하고는 이제 그만 작별하고 당연한 것처럼 누리던 예전의 일상으로 하루 빨리 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익숙한 것이야말로 정말 좋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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