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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그 사랑아래 서리라

빛의 소리를 듣습니다

들리는 소리가 사랑입니다



꺼지지 않은 불은 당신이 오시는 계절에 있습니다





사랑이

해돋이를 안고 번개 밑으로 한 방울씩 으깨집니다

바닥의 낙숫물로 숨을 쉬는 젖은 손가락들이 날아갑니다

땅인지 산인지 분간 못하는 비바람 속에

잘려 나가고 있습니다



갇힌 손과 발의 외로움은 무덤이 아닙니다

어느 곳 하나 닫힌 문 없이 열어 놓아주십시오

보이는 것 중 무엇이 들어오는지

그것이

사랑을 움직이는 고통이라면

그대 영혼 결코 자유하리라

하고



송곳 끝에서 사랑의 꽃이 말라 비틀릴 때 그대 거기에

딛고 서있던 것 모두가 사랑의 열매였음을



사랑을 모르는 것이 죄가 아니라면

숨을 쉴 수 있는 것은 빚을 지고 있는 것입니다



소망의 보이는 곳에 하늘이 있습니다

그 빛 아래

내가 밟은 시간과 내게 밟힌 모든 것에 속죄하고

그 사랑아래 서 있겠습니다


손정아 / 시인·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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